[사설]2차 北-美회담 가시화, 비핵화 열차 마지막 티켓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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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네 번째 평양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왔다.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은 어제 면담 및 오찬을 합쳐 3시간 반가량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키로 의견을 모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제 저녁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방문해 “(김정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기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어제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미국 전문가 사찰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핵 신고서 및 비핵화 로드맵 제출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약속하지 않았다. 종전선언 ‘빅 딜’을 위한 진전도 없었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에 합의했으나 결국은 무산된 2007년 2·13합의를 뛰어넘어 미국의 사찰을 허용한 상태에서 영변 핵시설을 실질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미국도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종전선언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상응 조치 논의가 이뤄지는 자체만으로도 결과가 주목된다.

조만간 열리게 될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은 1차 회담처럼 알맹이 없는 수사(修辭)나 이벤트성 만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미 중간선거(11월 6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오에도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의식해 비핵화 본질을 포기하진 않겠지만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이슈에서 성과를 내고픈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중간선거 이전에 미국을 설득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쇼에 그칠 경우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 의회와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올 상반기 한껏 높아졌던 비핵화 실현 기대감은 갈수록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8일 러시아와 차관급 양자회의, 9일 북-중-러 3자 확대회담을 갖는 등 북-중-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대북 제재를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대(對) 북한 중국 러시아로 편이 갈리는 균열 현상이 불가피하다. 어렵게 얻은 비핵화 기회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열차를 되돌릴 수 없는 트랙으로 반드시 출발시켜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평양 방문#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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