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미협상 코앞 대북제재 고삐… “트럼프, 평양에 강경 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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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교관-北과 거래 기업 추가제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비핵화 성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막상 미국 행정부는 냉정할 만큼 신중한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핵 리스트 신고를 미루는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한 데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강조했고, 대북 추가 제재까지 단행했다. 북-미 협상 재개라는 훈풍을 타고 핵시설 검증은 물론이고 대북제재까지 피해가려는 북한의 섣부른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다.

미 재무부는 4일(현지 시간) 북한과 무기 및 사치품을 불법 거래한 혐의로 터키 기업 1곳과 기업 관계자 2명, 북한 외교관 1명을 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독자 제재는 지난달 13일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 송출과 관련해 북한인 1명과 중국 및 러시아 기업 2곳을 제재한 지 20여 일 만에 다시 이뤄진 것.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발표됐다.

제재 리스트에 오른 SIA팰컨 인터내셔널 그룹(SIA팰컨)은 1996년 설립돼 방산 장비 등을 거래해온 터키의 종합 무역상사.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휘세이인 샤힌, 중역 에르한 출하 등 터키인 2명 및 이들과 거래를 시도한 리성운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경제상무참사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한 FFVD에 깊이 전념하고 있으며 그때까지 제재의 집행과 이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평양에 강경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국무부는 강 장관의 제안에 대해서도 ‘FFVD’를 강조했을 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평양에서 진행될 협상 직전까지 대북제재 고삐를 죄는 강공 모드로 기싸움 수위를 높이는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 내에서는 기대 섞인 추측과 전망이 이어지며 다소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낙관론과 현실론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발표 직후 11월 중간선거 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등을 거론하자, 청와대 내에서도 “기대 섞인 관측을 사실처럼 내놓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내놓는 비핵화 해법은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데다, 미국 내 강경파를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강 장관 제안이 공개된 지 하루 뒤인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에 논의가 됐다기보다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를 바라는 강 장관의 마음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너무 많이 나간 측면이 있다”며 “일단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지켜본 뒤 이후 조치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의 제안을 한미가 어느 정도 공유했겠지만 막상 이를 발표하자 워싱턴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이에 청와대가 또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미#트럼프#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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