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업계 ‘인종-성 차별’ 게시물 규제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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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삭제 대상 예시 들며 이용자 설문 통해 규제정책 개정
동성애자 소개팅 앱 ‘그라인더’는 性혐오 발언 무관용원칙 선언
페북, 신고받고도 게시물 방치… “화장실보다 더럽다” 비판에 곤혹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가 지난달 23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화장실보다도 더 더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가 지난달 23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화장실보다도 더 더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우리는 이 나라에서 더 이상의 무슬림을 원치 않는다. 구더기는 이제 그만!”

트위터에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이처럼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발언이 포함된 게시물은 트위터에 신고하면 삭제될 수 있다. ‘여성은 오로지 성관계할 때만 좋다’와 같은 성차별적 발언도 마찬가지다.

위 두 문구는 트위터가 대표적인 규제 대상 문구라며 든 예시다. 트위터는 지난달 25일 본사 웹사이트를 통해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규제 정책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예시로 보여준 문구들에 대한 규제가 적절한지 묻고, 더 적절한 문구나 추가할 내용을 이용자들로부터 제안 받는 식이다. 이렇게 수집된 이용자들의 의견을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등을 겨냥한 혐오 표현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날이 커지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SNS도 혐오 표현 금지 규정을 마련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27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동성애자 소개팅 앱 ‘그라인더(Grindr)’는 지난달 인종차별, 특정 성 혐오 발언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소개팅 앱의 특성상 ‘아시아인 안 됨’, ‘뚱뚱한 사람 싫음’, ‘백인만’ 등의 차별적 표현이 자주 등장했었는데 앞으론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랜던 줌월트 그라인더 대표는 “그라인더는 소개팅 앱의 리더로서 이 같은 주제(혐오 표현 금지)에 대해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인 10명 중 4명이 소개팅 앱을 사용한다”며 소개팅 앱에 만연한 혐오 표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혐오 표현 규제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 중이다. 지난달 23일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라스트 위크 투나이트’에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화장실보다도 더 더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는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의 유통을 규제하지 않은 페이스북의 영향이 컸다는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또 이용자의 신고를 받고서도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팔로어 5만여 명의 페이지를 본사에 신고했다. 이 이용자는 페이스북으로부터 ‘삭제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페이지와 게시물 모두 삭제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BBC에 시스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sns#규제#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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