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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57〉스토리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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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57〉스토리의 힘겨루기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입력 2018-10-03 03:00수정 2018-10-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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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들도 힘겨루기를 한다. 옳은 쪽이 이기면 얼마나 좋으랴만 옳은 쪽이 늘 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 힘겨루기의 실상을 예리하게 지적한 영화배우가 있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 ‘베놈’의 출연자이기도 한 파키스탄계 영국 배우 겸 래퍼 리즈 아메드가 그다.

그는 지난해 3월 초 영국 의회 의사당에서 ‘다양성’에 관한 연설을 하며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슬람국가를 선전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액션영화처럼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맞설 스토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극단주의 성향의 이슬람국가가 액션영화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로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그에 맞설 스토리가 없는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말이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대중매체 속의 스토리였다.

“여러분이 문화 속에 반영된 여러분의 모습을 보는 데 익숙해 있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잠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잡지나 광고판, 텔레비전, 영화에 여러분의 모습이 반영된다는 것은 여러분이 중요하고, 국가적인 스토리의 일부이며,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영국인이면서도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스토리에서 배제되거나 상투화되면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젊은이들을 서구의 제국주의로부터 이슬람을 수호하는 “일종의 제임스 본드”로 제시하는 극단주의에 그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영국은 스토리 싸움에서 지고 있었다.

그는 그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종과 종교가 다르더라도 모든 시민을 포용하고 그들이 국가적인 스토리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아메드의 말은 영국만이 아니라 다문화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그것을 외면하고 자기중심적인 옛 스토리만을 반복 생산하는 국가들에도 해당된다.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우리의 대중매체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고 있을까.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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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힘겨루기#리즈 아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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