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6개월째 줄어… 성장엔진 꺼져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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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8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기업의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도 9년 만에 가장 낮아지는 등 한국경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설비투자는 전달과 비교해 1.4%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7.6%)부터 6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미래투자 꺼리는 기업들

설비투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건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9월∼1998년 6월 10개월 동안 연속해서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할 기업 투자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만큼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지난해 호황이었던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며 설비투자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은 지난해 8월 6000만 달러에서 올해 8월 3200만 달러로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도 반도체 투자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투자 규모가 워낙 커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 기업들의 투자 집행이 하반기에 몰려 있는 만큼 앞으로 설비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동행지수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8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달과 비교해 0.2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8월(98.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기동행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경제 현장에서 경기 상황을 안 좋게 본다는 의미다.

경기동행지수는 지난해 3월 이후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꾸준히 보합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떨어지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 반도체에 의존한 경기 꺾일 우려

앞으로의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미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져 2016년 2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통계청은 경기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한 건 맞지만 경기 하강 국면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국내총생산(GDP) 추이 등을 살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에서 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을 인정하고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BSI는 73으로 2016년 12월 이후 최저치였던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고 기업들은 내수 부진(23.6%)과 함께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12.6%)을 경영이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에 의존해 온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반도체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이 보여 앞으로도 경제 관련 지표가 크게 나아지긴 어려워 보인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등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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