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총액 상한제 불가” 선수협, KBO안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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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비유 부적절” 사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안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변경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O가 선수협을 제도 개선 협상 당사자로 인정한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즌 중에 제안을 받는 바람에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 제안의 실효성 문제, 시행 시기의 문제, 독소조항 등 여러 문제가 있어서 일단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KBO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달 19일 선수협에 FA 총액 상한제, FA 등급제, FA 취득기간 1년 단축, 부상자 명단제도 도입, 최저 연봉 인상 검토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 중 선수협이 가장 문제 삼은 대목은 KBO가 FA 상한액을 4년 총액 80억 원으로 못 박은 것이다. 계약금 역시 총액의 30%를 넘길 수 없게 했다.

KBO와 10개 구단은 현행 FA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롯데 이대호(4년 150억 원), KIA 최형우(4년 100억 원) 등 FA 선수들의 몸값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선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선수들의 몸값 상한선을 정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최저 연봉을 인상하는 게 낫다는 게 구단들의 생각이다. 최저 연봉 인상을 통해 더 많은 선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협의 생각은 다르다. 김 총장은 “구단들이 운영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몸값 거품을 만든 건 구단 자신이다. 왜 비용 부담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나”라며 “FA 상한제는 저연차 선수도 반대한다. 자신의 몸값에 상한선이 있다면 꿈을 가지고 뛸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여론은 선수협에 우호적이지 않다. 야구 커뮤니티와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받는 돈만큼 야구를 못하지 않나” “차라리 외국인 선수를 늘려야 한다” 등의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양측의 생각이 팽팽히 맞서면서 FA 제도 개선과 관련된 논의는 시즌 종료 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선수협은 이날 간담회에서 언급한 최저연봉 4000만 원에 대해 이후 입장자료를 통해 KBO에 제안한 금액이나 반드시 받아야 하는 금액을 말한 것이 아니라 ‘희망사항’을 언급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동시에 최저연봉을 언급하면서 환경미화원의 초봉을 거론한 것에 대해 “환경미화원과 비교해 프로야구 선수들이 우월하거나 환경미화원의 초봉만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특정 직업을 폄하하기 위한 뜻이 아니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700만 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fa제도 변경안#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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