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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新장비, 낡은 규제가 날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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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新장비, 낡은 규제가 날개 꺾었다

김현수 기자 , 황태호 기자 입력 2018-10-02 03:00수정 2018-10-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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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
모션센서 등 보조장치 개발하고도 현행법으론 불법이라 상품화 못해
500개 기업 설문 “규제혁신 C학점”

박익현 메인정보시스템즈 대표(43). 기업 정보시스템(SI) 분야 일을 하던 그는 2014년 자동차 주행보조 디바이스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자동차에서 즐길 만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손동작으로 차량 내 기기를 작동하는 모션센서 기술도 개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지금 박 대표는 양산까지 갈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도로교통법상 주행 중 영상표시장치 조작은 불법이고 전방주시 의무도 있다. 현행법이 자율주행 시대와 맞지 않아 모든 것이 애매한데, 작은 기업이 법적 리스크를 떠안고 양산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으로선 차량용 디바이스 개발도, 상품화도 불법일 수 있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한국 산업계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파괴적 혁신 기술은 쏟아지고 글로벌 시장은 격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과거 법 테두리로 신사업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규제 샌드박스 법안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종 및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전통산업의 불만은 더 크다. 정부는 신사업 위주로 규제혁신에 나서지만 현장에선 고용, 노동 규제부터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통·서비스 분야 규제 장벽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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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8월 13∼23일 국내 대·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한국 산업계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을 학점으로 매겨 달라는 질문에 ‘C학점’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4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D학점(23.8%), B학점(19.6%) 순이었다. A학점은 4.0%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76.4%가 정부에 C학점 이하를 준 것이다.

특히 국회에 대한 불신이 컸다. 기업들은 규제혁신이 쉽지 않은 이유로 ‘국회의 입법 노력 부족’(53.2%·중복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분석 결과 2016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동안 국회 발의 법안 중 기업 규제 관련이 791건으로, 하루 평균 1건씩 규제 법안을 쏟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 철폐를 외치지만 변화가 없는 이유는 정치적 구호나 일시적 이벤트성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규제혁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한국 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황태호 기자


#자율차#규제#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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