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활비 줄인 대신 업추비·특경비 늘려 쌈짓돈 키운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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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들이 특수활동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내년도 예산에서 특활비를 줄이는 대신 업무추진비(업추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정부 전체적으로 특활비는 292억 원 줄었다. 하지만 업추비는 58억 원 증가하고, 특경비도 384억 원을 더 편성했다. 결국 이 세 가지 항목을 합치면 2018년도 예산 대비 150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돌려 막기’식으로 국민의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겠다는 꼼수나 다름없다.

지난해 5월 집권 직후 검찰의 ‘특활비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문재인 정부는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그해 가을 편성한 2018년도 예산에선 전년도 대비 특활비 710억 원, 업추비 208억 원을 줄이고 특경비만 402억 원 늘려 총 516억 원을 줄였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150억 원을 늘리겠다고 나섰으니 정권 출범 첫해의 ‘허리띠 졸라매고 투명하게 나랏돈을 쓰겠다’는 다짐이 1년 만에 흐지부지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들 세 항목의 예산은 ‘지출 내용을 밝히기 곤란한 경비’를 통칭하던 판공비가 1994년 폐지된 뒤 갈라져 나온 것이다. 업추비와 특경비는 증빙 및 공개 대상이지만 특경비 가운데는 증빙이 필요 없이 개인에게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액수도 상당하다. 국회의 특활비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집중 감시를 받은 결과 봉급처럼 유용된 실태가 드러나 사실상 폐지됐다. 하지만 정부 고위직 공무원들의 특활비 등은 사실상 국민 감시의 눈 밖에 있었다.

내년도 예산에서 이 세 항목을 모두 합치면 1조3000억 원이 넘는다. 그나마 국가정보원 특활비를 제외한 액수다. 이런 게 구시대 관료들이 누렸던 특권이고 적폐다. 국가 안보 등 특수 영역을 제외한 특활비는 모두 폐지하고 꼭 필요한 활동비는 단일 명목으로 편성해 법인카드 사용 증빙을 납세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활비#업무추진비#특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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