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호출’ 국감 악습 재연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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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인터넷은행장 증인 신청… 野 “방북 총수들 불러 경협 물어야”
한진-구글-페북 대표도 출석 논의

국정감사(10∼29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인들에 대한 국회의 ‘군기잡기식 호출’ 관행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채택이 예상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은 줄잡아 수십 명에 이른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 환경노동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은 출석을 요청할 기업인 명단을 결정했거나 최종 검토 중이다.

정무위는 지난달 28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 4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최근 국회가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대기업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라는 선물을 준 만큼 고용 창출과 중금리 대출 등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 총수급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대기업은 실무진을 대신 부르기로 여야 간사 간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노동위는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평양 정상회담 때 북한에 가서 어떤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는지 묻겠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양묘장을 방문해 산림 분야 협력을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 밖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토교통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협의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에서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2016년에 150명에 달했던 기업인 증인 소환은 지난해 3분의 1 미만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하루 종일 불러놓고 5분도 질문하지 않으면 이는 비효율을 넘어 말 그대로 적폐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기존 악습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고야 기자
#기업인 호출#국감 악습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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