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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놓고 쉴 곳 없는 한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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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놓고 쉴 곳 없는 한국 대통령

문병기 기자 입력 2018-10-01 03:00수정 2018-10-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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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양산 사저에서 휴가… 경호-긴급상황 우려에도 ‘대안 부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을 산책하던 중 우산을 쓴 채 저수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바짓단을 걷고 양말도 없이 등산화를 신었다. 청와대 제공
“혹시 양산으로 휴가 간다고 알렸나요?”

지난달 27일 오후 9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최근 백두산 방문 때 이용한 전용기인 공군 2호기로 갈아타고 한밤중에 김해공항을 거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로 향하면서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뉴욕 출장을 다녀온 만큼 주말에 휴가를 냈는데 이를 공개하면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쉴 수 없고 주민들이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주 52시간 근무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대통령도 제대로 쉬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양산행은 지난해 5월 22일에 이어 두 번째. 28일 부친 선영을 참배한 뒤 30일 청와대로 복귀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부분 보안시설이 갖춰진 진해와 계룡대 내 군 시설에서 휴가를 보내야 했다. 국가비상사태에 만약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상황실이나 군 통신선이 필요하기 때문. 그러나 군 시설 역시 대통령을 맞기 위해선 사전 준비가 필요한 만큼 예고 없이 찾아가기는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6월 말 러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감기몸살 증세로 이틀간 휴가를 내고 어디 가지도 못한 채 관저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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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부터 대통령 휴양시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별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한 4곳에 조성됐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모두 폐쇄하고 청남대 한 곳만 남겼다. 하지만 2003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청북도에 넘기면서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청남대 반환 이후 마땅한 휴양시설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고 한다.

해외 주요국은 경호시설을 갖춘 별장에서 대통령이 잠시 쉬거나 회의를 하며 일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가 대통령 공식 별장이다. 프랑스는 브레강송 요새, 독일은 베를린 교외의 메제베르크궁 등을 별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 정상들의 별장은 국빈급 외빈이 방문하면 영빈관으로도 활용된다. 백악관은 바로 옆에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가 별도로 있지만, 손님이 원하면 캠프 데이비드로 함께 가서 쉬거나 정상회담을 하곤 했다. 청와대에도 영빈관은 있지만 숙소가 아닌 환영식이나 만찬 장소다. 그만큼 해외 정상들 방한 시 격에 맞는 숙소를 마련하는 데 정권에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금까지 방한했던 미국 대통령은 주로 미군 부대 내 숙소나 남산에 있어 경호가 용이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 머물러왔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 숙소를 놓고 고심에 빠져 있다. 통상 북한 고위인사들은 역시 경호가 편리한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머물렀지만 미군을 위한 시설로 조성된 이 호텔이 분단 이후 첫 북한 지도자의 서울 방문에 적합한 장소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자료 유출 논란 때 청와대가 해명하면서 ‘우리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하는 걸 보면 공직사회엔 여전히 쉬는 걸 죄악시하는 풍토가 있다”며 “제대로 쉬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고, 정권과 무관하게 이젠 국격에 맞는 대통령 휴양시설이 필요한데 정작 이걸 공론화하긴 다들 꺼린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 휴가#경호#긴급상황 우려#대안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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