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0.6%… 美中日에 뒤져, 상승세 타는 세계경제 흐름과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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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 곳곳서 경고음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미국 일본보다 낮아지면서 고용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관광산업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스1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미국 일본보다 낮아지면서 고용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관광산업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스1
한국의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성장률이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국의 성장률이 일부 선진국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평균치보다 낮아지면서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진한 경기가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비, 투자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글로벌 성장궤도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OECD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

30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1분기와 비교해 0.6% 늘었다. 이 같은 분기 성장률은 같은 기간 미국(1.0%), 중국(1.8%), 일본(0.7%)보다 낮은 것이다.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1.0%로 미국(0.5%), 일본(―0.2%)보다 높았지만 2분기 들어 뒤집혔다. OECD 가입국 중 2분기 성장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만성적인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 정도였다.

2분기 한국의 성장률은 OECD와 G20 평균치보다도 낮았다. OECD 회원국의 2분기 성장률은 1분기(0.5%)보다 개선된 0.7%였다. G20 평균 역시 1분기보다 소폭 개선돼 1.0%로 집계됐다. 세계적으로 완만히 경기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성장률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성장 부진에 빠진 것은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 0.7%에서 2분기 0.3%로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종 규제와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낮아졌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도 1분기와 비교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 내년 성장 전망도 암울

부진한 경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처 장관들은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설비 건설투자가 크게 줄고 있어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7월 올해 성장률을 3.0%에서 2.9%로 낮췄고 조만간 이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OECD는 지난달 20일 이미 한국의 성장률을 2.7%로 5월 발표보다 0.3%포인트 낮춘 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2.6%로, LG경제연구원은 2.5%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통해 “국내 경기가 세계 경기보다 뚜렷하게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고용 증가세가 거의 멈추며 올해부터 경기가 하향 흐름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며 고용 시장 부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3000명으로 2010년 1월(―1만 명) 이후 가장 적었다. 9월 고용 지표는 8월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분간 고용 상황이 개선될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용이 악화되며 2분기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과 격차를 0.1%포인트까지 줄이는 등 실업률이 역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2001년 이후 한 번도 미국보다 실업률이 높았던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성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성장률이 뒤처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국은 이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글로벌 추세를 잘못 읽은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은 고용과 연결돼 있어 고용, 내수 시장 모두 앞으로 상황이 썩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2분기 성장률#상승세 타는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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