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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유럽 극우정당들, 트럼프 측근 배넌 후원 받으며 勢 확장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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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유럽 극우정당들, 트럼프 측근 배넌 후원 받으며 勢 확장 시도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09-29 03:00수정 2018-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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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반란군 vs 자유주의 왕당파… 유럽 정가 회오리
유럽에 형성된 전운을 묘사한 그림. 칼을 들고 프랑스 국기 위에 서 있는 왼쪽 사람은 친유럽연합(EU) 왕당파 수장 격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며 몽둥이를 들고 맞서고 있는 이는 반EU 포퓰리즘 반란군 세력을 대표하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동맹당 대표다. 둘 다 EU 국기가 그려진 띠를 두르고 있다. 삽화 출처 영국 잡지 ‘더 스펙테이터’
“이탈리아의 실험이 글로벌 정치판을 바꿀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23일 로마에서 진행된 폴리티코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정치의 새판을 짜는 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7월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더 무브먼트’라는 정치단체를 설립한 뒤 유럽 내 포퓰리즘 세력 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넌의 자신감은 이탈리아의 성공에서 시작된다. 이탈리아는 3월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극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3당이 된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이 연정을 구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배넌은 이달 들어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와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당의 ‘더 무브먼트’ 합류를 이끌어냈다. 지난주에 배넌과 만난 오성운동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도 합류를 고민 중이다.

그런 배넌과 이탈리아를 바라보는 EU 내 주류 세력들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그동안 2차 대전 이후 좌우 양대 정당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아오던 유럽 정치는 포퓰리즘 광풍에 판 자체가 뒤집어졌다. 그동안 좌우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든 EU 통합과 자유무역, 민주주의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포퓰리즘 세력들은 EU 존재 자체에 회의적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관용보다는 국가와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며 2차 대전 이전으로 시대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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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기존 유럽 왕당파와 보호무역과 민족주의를 앞세운 포퓰리즘 세력 반란군의 대결에 불이 붙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대격돌을 앞두고 현재 기세는 반란군이 앞선다. 지난해부터 연이어 열린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웨덴 선거에서 포퓰리즘 정당들이 대부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배넌의 후원 속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극우 정당이 함께하기로 하면서 시너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야금야금 땅을 뺏기고 있는 왕당파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돌풍 탓에 이달 열린 총선에서 창당 1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스웨덴 여당 사회민주당 소속 총리는 25일 결국 물러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자매당인 기사당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돌풍 탓에 다음 달 14일 독일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수성이 쉽지 않다.




○ 마크롱 vs 살비니

2016년 세계 최고의 선거 스타가 트럼프 미 대통령이었다면 지난해 선거 스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39세 대통령의 탄생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영국 스페인 등 다른 왕당파 수장들이 낮은 지지율로 휘청거리는 동안 대선에 이은 총선 승리로 국회까지 장악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탄탄한 국내 기반을 바탕으로 유럽 수장 자리를 지키던 메르켈 총리를 제치고 왕당파의 구심점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유럽의 반대편에 세우는 충격 요법으로 EU의 통합을 꾀하고 있다. 그는 “유럽은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EU 주권을 앞세워 독자군 창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의 탈퇴가 유럽의 통합과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강경한 협상을 이끌고 있다.

올해 글로벌 최고의 깜짝 선거 스타는 살비니 이탈리아 동맹당 대표다. 그는 2013년 4%에 그쳤던 동맹당 지지율을 3월 총선에서 17%로 끌어올렸고 연정에 참여한 뒤 32%로 지지율 1위 정당으로 도약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쉽고 명료한 언어로 군중의 마음을 흔드는 게 특징이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반난민, 반EU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는 6월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 취임한 첫날 “불법 이민자는 가방 쌀 준비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에는 범죄로 기소된 난민 신청자는 곧바로 추방하며, 난민 신청자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하는 내용의 반난민 법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로마의 난민캠프도 곧 폐쇄하기로 했다.

살비니 대표는 자신의 상대로 마크롱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난민 입국 금지를 비판하는 마크롱을 향해 “우리 대신 프랑스가 모든 난민을 데려가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최근 “우리와 철학이 비슷한 유럽 각국의 민족주의 정당들이 함께 모인 범유럽 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다”며 유럽 포퓰리즘 정당의 수장 역할에 관심을 나타냈다.

○ 메르켈 vs 르펜

메르켈 총리와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는 왕당파와 반란군의 터줏대감이자 여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둘은 모두 한때 왕당파와 반란군의 수장 역할도 했으나 잠시 뒷방 신세가 된 공통점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4선 연임에 성공하며 2005년부터 지켜온 왕당파 수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으로 연정 구성에 애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EU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마크롱 대통령과 거의 매달 만나며 EU 통합과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르펜 대표 역시 살비니 대표 이전에는 유럽 최고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이었다. 그는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세운 국민전선에서 18세 나이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정치 조기교육을 받았다. 2014년 EU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1위를 차지하고, 지난해 대선에서 2차 결선에 진출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극우 정치인으로 통한다. 살비니 대표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서로를 늘 응원하는 친구 사이다.

○ 오바마 vs 트럼프

유럽 정치판의 변화는 미국이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수장으로 한 왕당파와 찰떡궁합을 보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군인 포퓰리즘 세력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지난해 프랑스 대선 땐 르펜 대표를 응원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하자 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백악관에서 EU 통합을 주도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프랑스가 EU를 떠나는 것이 어떠한가. 프랑스가 EU를 탈퇴하면 미국은 프랑스가 EU로부터 얻는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의 양자 간 무역협정을 제안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의 정신을 실천하는 게 배넌이다. 그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유럽의회 선거 준비를 위해 내 시간의 80%를 유럽에서 보낼 것이다. 내년 선거는 글로벌리스트와 포퓰리즘 세력의 운명을 건 대결”이라고 다짐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배넌은 7월 ‘더 무브먼트’를 창설하면서 “반대 진영의 조지 소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소로스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출연해 인권을 보호하고 난민을 지원하는 유럽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NGO)를 후원해 왔다. 미 대선 땐 트럼프 반대 진영을 후원했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단체를 후원하며 포퓰리즘 세력과 대척점에 서 있다.

○ 서유럽 vs 동유럽·남유럽

독일 프랑스 중심의 서유럽은 아직도 왕당파가 강력하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은 왕당파 진영의 든든한 장수들이다.

반면 동유럽과 남유럽은 반란군의 세가 강하다. 이들은 EU가 지나치게 서유럽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소득이 낮은 과거 좌파 지지층들이 포퓰리즘 세력 지지로 옮겨가고 있다. 독일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옛 동독 지역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근거지로 자리 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막이 오른 내년 5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연말부터 각국에서 왕당파와 반란군 간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당장 프랑스만 보더라도 최근 프랑스 여론기관 오도사 조사에 따르면 EU의회 선거 투표층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21.5%)와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21%)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유럽#극우#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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