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편법증여 10억이하도 조사 방침… 최소 80%는 자금 출처 확실히 입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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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작년 탈루액 204억 추징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전용 59m² 아파트에 3억6000만 원 전세로 입주했다. 부모님은 “결혼생활을 단칸 월세로 시작할 순 없다”며 전세금 전액을 대신 내줬다. 이 경우 증여세 52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 씨는 아직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씨는 “주변에도 결혼할 때 대부분 부모님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증여세를 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고액 전세 거주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를 강화하면서 증여세 탈루 주의보가 떨어졌다.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금을 보조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까진 증여세를 실제로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매년 수십만 쌍의 자료를 당국이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주택임대차등록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향후 적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세법상 성년이 된 자녀에게 10년간 총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을 넘게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부모에게 받은 전세금이 5000만 원을 넘는다면 초과분에 대해 증여 금액에 따라 10∼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공제금액을 제외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 원 이하는 증여 금액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자금 5억 원을 부모가 대신 내줬다면 5000만 원을 제외한 4억5000만 원에 대해 8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석 달 이내에 신고를 하면 내야 할 세금의 5%(내년부터는 3%)를 감면해준다. 기한 내 신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될 경우 신고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가 20%, 납부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가 하루에 0.03%씩 붙는다.

증여세를 피할 순 없지만 세금을 줄일 순 있다. 양가 부모로부터 함께 증여받고 전세 계약을 신혼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방법이 있다. 신랑 측이 전세금 3억 원을 증여했을 경우 2억5000만 원에 대해 10∼20%의 증여세(4000만 원)가 부과된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가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나눠 증여받으면 각각 1억 원에 대해 10%씩 총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부모로부터 전세자금을 빌리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증여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빌렸다는 입증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차용증을 작성해 공증을 받아두고 이자 지급 기록을 통장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세법은 부모 자식 간 금전거래에서 연 4.6%를 적정 이자율로 보고 있다.

부모 명의의 집에 자녀가 거주하고 부모는 별도로 전세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부동산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의 증여에 해당된다. 주택시가의 2%가 1년간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인데 보통 5년 치를 미리 과세한다. 이익 증여는 1억 원 이상일 때만 과세되는데 보통 시가 13억 원 이하인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과세당국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전세자금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 강화될 수 있다”며 “최소한 전세금의 80%는 자금 출처를 확실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증여#전세금#증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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