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자원순환센터 완전 지하화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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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247억 더 들여 2023년 완공… 지상엔 체육시설 등 주민 친화 공간
은평구 기본계획 변경 용역 발주… 주민들 “오염 여전… 백지화해야”

21일 서울 은평뉴타운 내에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광역자원순환센터 백지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은평구가 ‘주민 의견을 들어 완전 지하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서울 은평뉴타운 내에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광역자원순환센터 백지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은평구가 ‘주민 의견을 들어 완전 지하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착공도 못한 채 지지부진했던 서울 은평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사업이 전면 지하화로 본격 재추진된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여전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은평구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은평구는 광역자원순환센터 완전 지하화를 위한 타당성 및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을 이달 18일 발주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6·13지방선거 당시 내세웠던 시설 지하화 공약을 본격 추진하는 것이다. 은평구는 12월까지 용역을 마친 뒤 내년 7월 서울시에 투자심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고 2021년 착공해 2023년 완공된다.

은평구는 1만1535m² 규모의 대지에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기존 광역자원순환센터 시설을 모두 지하에 배치할 방침이다. 구상대로라면 지하에는 총 1만8000m² 규모의 재활용쓰레기 반입장과 선별시설 등이, 지상에는 체육시설 등 1만2500m² 규모의 주민 친화 공간이 구축된다. 예산은 745억 원 규모로 기존(498억 원)보다 247억 원 늘어난다. 지상시설까지 합치면 투입 비용은 1000억 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사업은 2013년부터 추진돼 왔다. 2000년 도시계획시설을 통해 진관동 일대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10년 넘게 미뤄져 왔다. 2012년 은평구가 나서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마포구 서대문구와 각 지역에서 나온 재활용쓰레기를 합친 뒤 종류별로 나누어 처리하는 광역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은평 광역자원순환센터는 이 중 재활용쓰레기를 선별한 뒤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16년 은평구가 시설 건립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한 뒤부터 주민 등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도시계획시설 결정 당시에는 없었던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는 등 인근 주민이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은평구에 바란다’에 먼지 발생, 환경오염 우려 등이 담긴 46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주민의 반발이 커지며 올해 6∼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역구 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국무조정실 주재로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관계자들이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을 고양시 난지물재생센터 부지로 이전해 설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가용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은평구는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지하에 지으면 탈취설비 등을 통해 악취와 폐수, 먼지 발생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발은 여전하다. ‘은평 기피시설 건립 백지화 투쟁위원회(은백투)’ 등은 “지하화하더라도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오염 우려가 여전하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상진 위원장은 “완전 지하화는 시설을 밑에 놓고 뚜껑을 덮는 수준이다. 예산 700억 원으로 그 정도 규모의 센터를 구축하고 정화시설까지 구축하겠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은평구는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은평구는 폐기물 자체 처리 비율이 30%대에 불과해 광역자원순환센터가 꼭 필요하다. 김 구청장도 ‘욕을 먹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지화를 주장하는 주민 등을 설득하는 작업도 함께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광역자원순환센터 지하화 설립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은백투 등은 10월 초 구파발역 인근에서 ‘은평 광역자원순환센터 백지화를 위한 축제’를 열고 반대 여론화에 나서기로 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은평 자원순환센터#완전 지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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