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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피플 출신 부모의 삶, 내가 이해해가는 과정 그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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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피플 출신 부모의 삶, 내가 이해해가는 과정 그린 책”

이지운 기자 입력 2018-09-27 03:00수정 2018-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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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간 그래픽 노블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 작가 티부이
티부이의 가족이 그가 3세 때인 1978년 미국에 정착할 당시를 묘사한 장면. 그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주제를 그림이 주가 되는 그래픽 노블로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이 가질 부담감을 덜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인생의책 제공
매년 자신이 선정한 ‘올해의 책’ 다섯 권을 발표하는 빌 게이츠. 지난해 그의 리스트 제일 윗자리는 한 낯선 동양인 만화작가의 데뷔작이 차지했다. 이후 이 신인 작가는 데뷔 1년 만에 ‘A Different Pond’로 그림책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데뷔작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내인생의책·2만 원)은 지난달 한국에서 출간됐다. 평범한 교사에서 단숨에 미국 그래픽 노블의 샛별로 떠오른 티부이 작가(43·여)를 e메일 인터뷰로 11일 만났다.

“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미국 땅에서 자라면서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정작 베트남 사람들의 목소리와 관점은 배제돼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부조리를 교정하려 한 게 제 작품의 출발점이었죠.”

‘우리가…’는 티부이의 가족이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다.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과감한 펜 터치 사이사이 담담한 글이 녹아 들어 몰입감을 높인다. 작가는 “개인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부모님의 삶의 방식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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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배기에 태어나 프랑스식 교육을 받은 작가는 남베트남의 패망으로 하루아침에 공산당으로부터 ‘응우이(‘거짓된’이라는 뜻)’로 낙인찍힌다. 졸지에 오지에서 노역을 해야 할 처지가 된 부부는 네 아이를 품고 미국행 조각배에 오른다. 그렇게 이들은 덕망 있는 교육자 가족에서 ‘보트피플’이 됐다. 지식인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미국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구직을 포기한 채 집에서 담배만 피워대다 결국 어머니와 갈라섰다.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일하며 가정을 지켜냈지만 아이들에겐 늘 1등만을 강요하는 매몰찬 모습을 보였다.

“아이를 낳아 내 가정을 꾸리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어요. 부모님은 자신들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는 것을요.”

자신이 부모가 돼 보니 부모님의 인간적 연약함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이것이 그들을 이해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이 자신이 첫아이를 낳는 장면으로 시작해 같은 장면으로 끝맺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칼데콧 아너 수상작 ‘A Different Pond’ 역시 베트남계 미국인 어린이의 삶을 담은 그림책이다. 내년에 발간할 예정인 신간 ‘Nowhereland’도 반(反)난민 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시아와 태평양 섬나라 출신 이민자들을 다뤘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전쟁과 난민 문제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우리(한국과 베트남 사람들)는 전쟁이 한 나라에, 또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으로 남는지를 겪은 사람들이잖아요. 우리에겐 다른 이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칼데콧 아너상#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베트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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