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대만 무기판매에 발끈한 中, 美군함 홍콩 기항 거부로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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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16 등 3억달러 판매 승인하자… 中 “하나의 중국 레드라인 짓밟아”
관세전쟁 이어 군사분야서도 충돌
러시아 방공시스템-전투기 구매 이유… 美, 中 관련부서 제재 놓고도 갈등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군사 안보 분야 충돌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외교가에선 “미중 ‘신(新)냉전’ 시대 같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항공모함 등 미 군함이 홍콩에 기항해온 관례에 따라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 와스프의 다음 달 홍콩 기항을 신청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와스프에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B가 탑재돼 있다. 인도양·태평양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지난달 모항인 일본 사세보 기지를 출발해 현재 동중국해를 지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사례별로 기항을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 군함의 홍콩 입항을 대체로 허용해 왔으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6년 미 항공모함 스테니스의 기항을 거부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미국이 관세 폭탄에 이어 대만에 무기 판매를 다시 승인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25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F-16, F-5 전투기, C-130 전술수송기, 대만 전투기 IDF(經國號) 등에 사용될 3억3000만 달러(약 3685억 원)어치 부품이 대만에 판매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대만의 공중 방어력 유지에 필요한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군사 균형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즉각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원칙,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고 중국 주권과 안보 이익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즉각 무기 판매 계획을 취소하고 대만과의 군사 관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중국 국방부도 미국의 무기 판매를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20일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방공미사일시스템 S-400과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를 구입한 것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대한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군의 무기 구매와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와 책임자 리상푸(李尙福) 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러자 중국은 다음 날인 21일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베이징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정 부부장은 미국의 중국 관련 제재 조치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악질적인 패권주의 행위”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도 주중 미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강하게 따졌다. 중국은 또 미국에서 군사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던 선진룽(沈金龍) 해군 사령관을 소환했고 25∼27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미중 합동참모부 대화를 연기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징벌성 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성 관세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이 24일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동시에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수입 상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극단적 압력으로 ‘경제적 협박’을 일삼고 있다. (미중) 협상의 문은 계속 열려 있지만 관세라는 몽둥이로 위협하는 속에서는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군사 안보 분야로 확산되는 미중 신냉전

△9월 20일 미국, “중국의 러시아 방공미사일시스템 S-400 및 Su-35 전투기 구입은 러시아 제재 위반” vs 중국, “악질적인 패권주의” 거칠게 항의

△9월 25일 미국, 대만에 F-16 및 F-5 전투기, C-130 전술수송기, 대만 전투기 IDF용 부품 판매 승인 vs 중국, “‘하나의 중국’ 레드라인 짓밟았다” 강력 반발

△9월 25일 중국, 다음 달 홍콩에 기항하려는 미국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 와스프의 기항 신청 거부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중#무역전쟁#미중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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