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전형 경쟁률 381대 1까지 치솟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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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수시모집 논술전형에서 처음으로 경쟁률 300 대 1을 넘는 학과가 나왔다.

26일 동아일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2015∼2019학년도 대학 학과별 논술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10명을 선발하는 인하대 의예과 논술전형에 3814명이 지원해 경쟁률 381.4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수시모집을 실시한 4년제 대학 198곳 중 실기 위주로 뽑는 일부 예체능 학과를 제외하면 논술·학생부 종합전형, 학생부 교과전형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종전까지 가장 높았던 경쟁률은 2017학년도 성균관대 의예과의 논술전형(288.8 대 1)이었다.

인하대 의예과 논술 경쟁률이 유독 높은 것은 지난해 폐지됐다가 올해 논술이 부활했고 성균관대 의예과 논술이 폐지되면서 의대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 대학의 논술 평균 경쟁률도 39.25 대 1로 2015학년도 35.11 대 1보다 높다.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경쟁률이 10 대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은 경쟁률이다.

전문가들은 수능 전형 비율은 줄고 학생부 위주 전형이 늘어난 ‘풍선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능 전형 비율은 2015학년도 전체 대학 선발 인원의 34.8%였지만 2019학년도에는 23.8%로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학생부 위주 전형은 같은 기간 55%에서 65.7%로 늘었다.

학생부 위주 전형 당락은 내신 성적에 좌우된다. 특히 일반고에서는 내신 1, 2등급 미만이면 중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위주 전형에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서울 문일고 김혜남 진학지도 담당 교사는 “학생부 교과는 물론이고 학생부 종합전형도 내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내신이 안 좋은 학생들은 교과, 학종 모두 갈 수 없다 보니 논술로 중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내신이 안 좋은 학생에게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 논술전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충남 서령고 최진규 교사는 “학교 수업만으로 논술 대비가 쉽지 않다”며 “사교육 유발 효과가 가장 큰 전형”이라고 했다.

논술 시험은 계열별로 치러진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문학, 철학, 경제 등 국어와 사회탐구 분야 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야 한다.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수학, 과학 관련 서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 대학마다 논술 시험이 다른 데다 해가 거듭할수록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대학생, 현직 교사도 풀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논술 시험 일정이 대학마다 다른 점도 수험생에겐 큰 부담이다. 올해 논술 시험은 다음 달 7일부터 수능 직후까지 이어진다.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논술 시험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매년 수험생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대학을 이동하는 아슬아슬한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교육부의 단계적 논술 폐지 방침에 교육계는 “근본대책이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대학이 논술 비율을 줄일 경우 다른 전형을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비정상적인 논술 경쟁률은 내신 3∼5등급 학생들이 도전할 전형이 점차 줄었기 때문”이라며 “논술을 줄인 만큼 수능 비율이 늘지 않는다면 내신이 안 좋은 학생이 갈 곳이 없어지는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논술전형#경쟁률#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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