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길거리 성희롱 ‘캣콜링’ 첫 벌금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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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글로벌 확산이후… 세계 각국 성폭력 처벌 엄격해져
퇴근길 버스서 “매춘부” 폭언 30대 男
법원, 여성모욕 발언 벌금형 추가… 8월 통과 ‘캣콜링’ 법안 첫 적용
벨기에-포르투갈 등서도 불법 규정

프랑스에서 ‘캣콜링’ 금지 법안 제정 이후 여성을 성희롱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벌금형이 내려졌다.

19일 오후 5시경 파리 남부 외곽 지역의 에손주 드라베유의 버스 안에서 술에 취한 30세 남성이 21세 여성의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며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버스는 이른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피해 여성이 발끈하며 화를 냈지만 남성은 계속해서 “큰 가슴을 가진 매춘부”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성희롱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이 남성과 말다툼을 벌였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버스 운전사는 차를 멈췄다. 기사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가해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버스 문을 잠가 버렸다. 이 과정에서 가해 남성은 버스 운전사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이 남성은 몇 분 후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프랑스 법원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와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버스 운전사를 공격한 혐의로 이 남성에게 3개월 실형과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르파리지앵 등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보호관찰 2년과 노동 봉사 의무도 부여했다. 이와 별도로 여성을 모욕하는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벌금 300유로(약 40만 원)를 추가로 부과했다. 법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캣콜링’ 금지 법안의 첫 적용 사례”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에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영향을 받아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성적으로 야한 농담을 던지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이른바 ‘캣콜링’을 금지하는 법안을 5월 발의했다. 이 법안은 8월 국회에서 최소 90유로(약 12만 원)에서 최대 750유로(약 99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에는 여성의 외모와 옷에 대한 언급, 불쾌한 질문, 원하지 않는 동행, 여성의 속옷을 몰래 촬영하는 몰카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이 법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었던 건 7월 파리 19구의 한 노천카페 부근에서 발생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25세 남성 피라스는 건축학도인 마리 라게르(22)를 따라가며 외설스러운 말로 추근거렸고 라게르가 “입 닥쳐”라고 소리치자 그녀를 쫓아가 얼굴을 가격한 뒤 달아났다.

라게르는 주변 가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이런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프랑스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피라스는 한 달 뒤 경찰에 체포됐으며 다음 달 4일 파리 법원에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 역시 중형이 예상된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양성평등장관은 25일 트위터에 첫 사례가 적용된 소식을 전하며 “버스 운전사의 재빠른 대처와 벌금 부과에 갈채를 보낸다. 이제 성폭력과 성희롱은 끝내야 한다”는 환영 트윗을 올렸다. 포르투갈과 벨기에, 페루, 아르헨티나는 길거리 성희롱과 캣콜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 캣콜링(Cat-calling) ::

17세기 중반 서양 극장에서 관객들이 불만을 표시할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화난 고양이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용어. 남성이 거리를 지나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성희롱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바뀌었다. 원하지 않는 요구와 발언을 접한 여성들이 불쾌함을 넘어 위협으로 느끼면서 점차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캣콜링#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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