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자살행위”라던 트럼프, 1년만에 “김정은 용기에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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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엔총회, 180도 달라진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북한을 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단에 올라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서 분쟁의 망령(specter of conflict)을 담대하고 새로운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바꾸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35분의 연설 중 2분 정도를 북한에 할애했다. 그것도 연설 초반에 배치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올해 연설에선 북한에 대한 톤과 내용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유화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선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자 ‘악(惡·wicked few)’으로 규정한 뒤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해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약 5분간 맹비난했다.

하지만 올해 연설에선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이 해낸 성과를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거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고무적인 조치를 이미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사일과 로켓은 어느 방향으로도 날아다니지 않고 있다. 핵실험은 중단됐다. 일부 (북한) 군사시설은 이미 해체됐다. 억류자들은 풀려났다. 약속대로 쓰러진 영웅들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 미국 땅에서 쉬게 됐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선 “우리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오토 웜비어와 국제공항에서 신경무기에 살해당한 독재자의 형(김정남), 그리고 일본에서 13세의 나이로 납북된 일본 소녀(요코타 메구미)를 목격했다”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유엔 무대에서 김 위원장에게 보인 예우도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김 위원장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하며 “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아 있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보여준 용기와 취한 조치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는 언론에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을 하며 “작년 연설에서는 북한에 대한 톤이 지금과는 약간 달랐다”고 인정했다.

북한도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와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총회 직전 부임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총회장 뒤편 지정 좌석에 앉아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들었다. 옆자리의 북한 실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었다. 지난해에는 자성남 당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나올 무렵 실무자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연설을 보이콧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전채은 기자
#트럼프#김정은#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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