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봉주]가정 밖 보호 아동의 자립, 국가 책임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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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부분의 아동은 자신의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하지만 부모가 그러한 보호와 양육을 제공할 형편이 되지 않거나 제공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아동은 그러한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가정 밖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아동이 가정 밖에서 보호되어야 할 경우 복지국가에서는 그 보호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서 아동의 양육 받을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아동은 “국가로부터 특별한 보호와 원조를 부여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 196개 국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20조에 나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약 3만 명의 아동이 가정 밖에서 보호되고 있다. 가정 밖 보호가 필요한 아동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가정 밖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아동이 약 4500 명 정도 나타난다. 그중 2000여 명이 아동양육시설에 보내지고 나머지는 가정위탁이나 입양 등을 통해 보호된다. 이 아동들은 국가가 아동기에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고 건전한 성인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들이 적절한 연령에 가정을 떠나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족의 도움으로 쌓듯이, 국가는 가정 밖 보호 아동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해줄 책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가정 밖 보호 아동은 18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퇴소해서 자립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 일반 가정의 경우는 18세 자립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든데 3000명 정도의 아동이 매년 18세에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소위 캥거루족이라 해서 자립하는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그동안 부모의 지원을 최대한 받는데, 가정 밖 보호 아동의 경우는 자립의 개념이 너무 어린 시기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아동이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의 실태조사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정 밖 보호 아동은 퇴소 후 주거, 취업, 건강, 사회적응 등의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어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 아동들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의 노력은 상당히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립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자립정착금은 정착금이라 불리기도 민망한 최대 500만 원 수준이었다. 그것도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어 300만 원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퇴소 후 자립을 돕기 위한 주거지원, 사례관리, 일자리 연계 서비스 등도 취약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부족했다.

다행히 이런 현실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자립지원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범사업이기는 하지만, 아동의 자립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보호 종료 후 2년 내 기간 동안은 24세까지 매월 30만 원씩의 자립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24세 이하인 경우는 기초생활보장 근로소득 공제도 확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해서 복지급여도 확충할 계획이다.

주거지원을 위해 LH와 연계해 임대주택 지원을 강화하고 맞춤형 자립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지역사회 자원과 일자리 연계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가정 밖 보호 아동의 자립지원에 대한 대책이 우리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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