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밤에 불나면?… 무인경비 늘리라는 경기교육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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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주1회 휴무’ 당직공백 혼란


“주말엔 학교 운동장을 찾아 노는 아이들이 많은데 응급사고가 났을 때 학교에 아무도 없다면 대응이 늦지 않을까요?”(경기 김포시 초등교사)

“학교를 감시할 사람이 없다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일부러 모여드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경기 수원시 학부모)

경기도교육청이 1일 도내 학교의 경비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도내 1800여 개의 학교가 일주일 중 하루는 경비원이 없어 ‘안전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무인 경비’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같은 안전사고나 교내 시험지 유출 등 도난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무인 경비가 적합하냐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 무인 경비로 1일 ‘안전 공백’ 메워질까

경기도교육청은 초중고와 공립 유치원의 비정규직인 경비원, 미화원, 안내원 등 4000여 명을 정규직(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이 중 경비원은 약 1800명. 그동안 학교 내 경비원은 용역업체에 소속돼 한 달에 이틀 정도밖에 쉬지 못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했다. 정규직 전환으로 주 1회 휴무가 보장되면서 경비원은 주중 하루는 오전에 퇴근해 다음 날 오전에 출근할 수 있게 됐다.

하루 동안의 당직 공백 우려에 도교육청은 학교에 설치된 무인전자경비시스템(무인 경비)을 통한 학교 시설 관리를 지시했다. 이미 전국 중소 도시의 2000여 개 학교가 경비원 없이 운영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선 학교에 지문인식, 출입카드 등을 활용한 출입시스템을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는 경비원을 뽑기는 쉽지 않다. 종전에는 파견직 형태의 경비원이 쉬는 날에는 용역업체에서 대체 경비원을 파견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체 경비원을 채용해 하루 6시간 일할 경우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돼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비원을 추가 고용할 경우 학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2교대로 15일씩 일하게 되면 경비원 임금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복무조례에 따라 경비원이 없을 때 교직원이 대신 당직도 설 수 없다.

○ 무인 경비, 비상상황 등에 초동 대처 의문

현장에서는 경비원이 없는 밤에 화재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의 A초등학교 행정실장은 “건물 내부에 불이 나면 수신기가 감지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나면 감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원 B유치원 교직원 김영구 씨(48)는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와 같이 밤에 사고가 발생하면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말 학교 시설 개방으로 외부인들이 별도 절차 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도교육청은 정기적으로 체육관을 대여하는 경우 학교 본관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동선을 최소화하고 출입시스템을 별도로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학교 본관과 체육관이 붙어있는 경우 별도 출입시스템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은 “무인 경비원칙에 위법성이 있다”며 지난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강동인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 학교 내 경비원을 2명 이상 배치해 교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음에도 경기도교육청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과 인천은 한 학교당 2명의 경비원을 배치하고 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무인경비#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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