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영길]나선경제특구를 활용한 평화협력 방안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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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국회의원
송영길 국회의원
19세기 중반부터 열강의 대립으로 불안정을 내포한 한반도 역사가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북아 철도공동체’라는 새로운 구상이 제안됐다. 과거 유럽의 철강·석탄 공동체에서 유럽연합(EU)이라는 새로운 경제공동체가 나왔듯이 ‘동북아 철도공동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립과 갈등의 고리를 끊고 ‘연결’한다는 의미다. ‘동북아 평화공동체’ 또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뜻이다.

아직 동북아 철도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제 만들어야 할 숙제다. 이런 측면에서 나선경제특구는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만들 시작점으로 가장 적합한 사업일지 모른다.

나선경제특구는 북한의 가장 오래된 경제특구로 우수한 자연환경과 지경학적 조건을 가진 나진항을 중심으로 나진시와 선봉군을 합쳐 만들어진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자본을 유치해 북한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선경제특구는 북한의 체제적 특수성과 대립성 등으로 외국 자본의 투자가 지지부진했고 아직도 큰 변화 없이 외국자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선경제특구가 동북아 평화의 중심이자 연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나진 시내에서 중국 국경까지 53km, 러시아 국경까지 54km밖에 안 떨어졌다. 수심 12.5m의 나진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10시간 이내에 한국과 일본의 항만들과 연결될 수 있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할 수 있는 거점이다.

나선경제특구는 물리적인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한국에 전략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에 나선경제특구는 동북 3성의 발전을 위한 출해구이며 러시아에는 완전한 부동항이자 연해주 남부지역의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항만이기도 하다.

한국은 개성공단과 같은 폐쇄적인 북한의 경제특구 대신 개방적인 경제특구를 마련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나진항 개발을 통해 한국의 항만물류 분야에 기여하는 것도 크다.

아마 해당 사업은 나진항을 중심으로 물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물류사업 이후 배후제조가공단지 개발, 도로와 철도 인프라 확충, 초국경 지역의 제조업과 관광, 농업까지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다자가 참여하고 초국경 지역에서 다양한 산업이 서로 연계돼 성장한다면 좁게는 한반도, 넓게는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곧 올 것으로 예견됐으나 북-미의 상호 선조치 요구로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안된 ‘동북아 철도공동체’는 연결이라는 화두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고민으로 보인다. 말은 행동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선경제특구를 동북아 평화협력 클러스터로 만들고 남북과 함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북한의 핵폐기 후속 조치와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 조치와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송영길 국회의원
#나선경제특구#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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