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 코리아’ 부흥에 성장과 고용의 미래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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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10회에 걸쳐 연재한 ‘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 시리즈에서 심층 분석한 우리 제조업의 현실은 위기다.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이미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밀려 내일이 불투명하다. 디스플레이와 조선, 기계 산업은 이미 중국에 경쟁력 우위를 빼앗겼고, 휴대전화는 중국에 추월당하기 직전이다. 이대로 가면 자동차, 철강도 2, 3년이면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역시 불안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우리 돈 170조 원을 투자한다는 ‘반도체 굴기’에 나섰고, 이 때문에 3, 4년 뒤에는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예상되는 5년이 그나마 가장 긴 편이다.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이 있다. 3년 전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 70%를 자급한다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도 근저를 들여다보면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다.

그런 중국 산업정책의 윤활유는 “일단 뭐든 해보게 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만든다”는 철저한 사후규제 원칙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 개혁을 외쳐도 여당,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관료는 손을 놓고 있는 우리 실정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현실만 보면 어느 쪽이 사회주의 체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법인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급등, 지배구조 개선 압박도 견디기 힘든데 노조까지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공장이 해외로 나가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해 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19년 만에 최저다. 제조와 수출로 먹고살아 온 나라에 미래가 안 보인다. 산업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중국발(發) 제조업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쓸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에 뒤늦은 것만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기술력이 앞선 분야는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이 모방하기 어려운 제품을 생산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제 개혁이 전제 조건인 것은 당연하다. 스타트업 육성도 제조업 기반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대기업을 스타트업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다. 결국 고용도 성장도 주력 제조업에 달려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 제조업의 저력을 다시 살려내자.
#제조업#반도체#사후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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