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회장 “창조-혁신-공헌… 문익점 같은 기업가 정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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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문익점’ 출간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R&D 꾸준한 투자… 기다림의 미학이 차별화된 기술 만들어

5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한국콜마 본사에서 만난 윤동한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 바로 서려면 기업인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역사 속 인물을 경영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5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한국콜마 본사에서 만난 윤동한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 바로 서려면 기업인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역사 속 인물을 경영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리 역사서에 안성유기, 전주한지, 안동포 등 지역별로 유명한 산업은 있는데 그 산업을 이끈 기업인 이름은 남아있지 않아요. 사농공상(士農工商)을 구분하던 유교사상에 따라 상업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고 한국 기업인도 저평가되어 왔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바로 서려면 기업인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한국콜마의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71)이 5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한국콜마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역사 속에 기업은 있었는데 기업인은 없었다”며 한국의 기업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한국의 기업인을 재평가하기 위해 윤 회장은 역사 속 인물에서 해답을 얻었다.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충무공 이순신 등을 역할모델로 삼으며 연구해온 윤 회장은 최근 문익점을 기업가로 재평가한 책 ‘기업가 문익점’을 출간했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낸 뒤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K뷰티를 이끈 주역의 하나로 평가받는 한국콜마는 화장품을 생산해 국내 업체를 비롯해 전 세계 500여 개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다. 현재 전 세계 ODM 업체 중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다.

윤 회장이 평소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자주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일본의 소호카(素封家) 이야기다. 소호카는 ‘지방에 살던 덕망 높은 부자’를 일컫는 말로 관직은 없지만 그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윤 회장은 “경제력, 인품, 지식을 갖춘 소호카들이 일본 사회를 이끌었던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한 번도 땅 짚고 헤엄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힘들게 사업했단 얘기죠. 원래 사업이란 게 목숨 걸고 하는 거 아닙니까. 동인도회사도 총 들고 싸워 가면서 무역을 했죠. 그런 개척정신이 오늘날의 기업가 정신으로 발전된 겁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를 물질의 궁핍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준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었습니다.”

윤 회장은 붓 대롱에 목화씨를 숨겨 한반도에 들여온 후 목화씨를 주위에 공짜로 나눠주고 직기를 개발한 문익점을 “자신의 지식을 국가를 위해 활용한 ‘지식인 창업가’”라고 평가했다. 윤 회장은 “역사 교수라는 어릴 적 꿈을 포기한 대신 40년 동안 역사 공부를 취미로 삼아 왔다”며 “앞으로 우리 역사에도 참된 기업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역사 경영 에세이 등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신을 연구하는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한 윤 회장은 현재 이순신을 위대하게 만든 숨은 조력자를 조명한 책도 준비 중이다.

▼ R&D 꾸준한 투자… 기다림의 미학이 차별화된 기술 만들어 ▼

한국콜마는 올해 4월 CJ제일제당으로부터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 원에 인수하며 의약품 위탁생산에 그쳤던 제약 부문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인수를 계기로 화장품과 제약을 융합한 ‘뷰티헬스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은 “CJ헬스케어 인수를 결정한 건 다른 회사와 기술이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독보적 기술을 가진 제약업체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콜마는 인수 당시 2700억 원이었던 제약 부문 매출을 이번 인수를 계기로 3년 안에 1조 원으로 끌어올리고 국내 제약업계 상위 5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콜마를 한국의 대표적인 뷰티헬스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윤 회장이 기업 경쟁력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원천기술이다. 내년에 한국콜마는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에 통합기술원을 연다. 인천과 세종 등에 흩어져 있던 제품 연구소 11개를 한데 모은 곳이다. ‘칸막이(구분)가 많으면 손실이 많아진다’는 윤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됐다. 통합기술원은 화장품, 제약 등 사업 구분 없이 연구개발 조직을 한데 모아 유화, 분석, 분체 등 기능별로 팀을 나눈 통합조직으로 운영된다.

윤 회장은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 융합이 중요해진다”며 “모든 기술 역량이 집결한 통합기술원이 완공되는 내년은 한국콜마의 전환점이 되는 해”라고 말했다. 화장품과 제약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도 그는 한결같이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장품과 제약 산업은 기다림의 미학이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입니다. 돈을 투자하는 것 못지않게 연구개발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꾸준한 실험을 통해 경험이 축적되고 거기서 나오는 차별화된 기술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습니다. 존경받는 기업인도 바로 이러한 기업에서 나옵니다.”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

△1947년 출생 △1969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70∼1974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근무
△1974∼1990년 대웅제약 근무(부사장 지냄)
△1990년 한국콜마 설립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윤동한#한국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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