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 쓰는 물리학자, 전쟁의 이면을 들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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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폴 맥어웬 지음·조호근 옮김/520쪽·1만4500원·허블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리엄 코너가 어느 날 강물 위로 몸을 던진다. 그의 나이 88세. 곰팡이 전문가였던 코너는 죽기 직전까지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연구실에 놀러 온 증손자 딜런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지낸 그가 왜 목숨을 버린 것일까?

그를 사랑했던 동료 교수 제이크 스털링과 손녀 매기는 자살이라는 경찰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코너가 죽고 이틀 뒤 뉴욕에서 ‘731 악마’라는 문신을 새긴 일본인이 붙잡힌다.

코너는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에 세균전 전문가로 참전했다. 그리고 끔찍한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본 ‘731 부대’ 포로 히타노 기타시를 만나 세계를 종말로 빠뜨리려는 계획을 저지시켰다. 이 일이 코너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소설은 그의 죽음 뒤 숨겨진 전쟁의 진실을 들춰내는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다룬다.

최신 과학 분야를 소재로 삼아 영화 ‘앤트맨’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소설은 과학적으로 더 설득력이 있다. 심지어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지에서 ‘과학적 지식이 흠잡을 데 없다’고 호평했다. 사실 이 소설의 저자는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로 지난해 노벨상 수상이 유력했던 연구자였다. 대중에게 생소한 연구를 친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려는 그의 노력에 인간적인 과학자의 면모가 물씬 풍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폴 맥어웬#731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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