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15년 전 그 목소리는 노래였나 봅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7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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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쯤 된 일입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덜컥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서, 적성에도 맞지 않는 부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더 있지만 넘어가기로 합니다.

출근하는 아침이 싫었습니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내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일은 도무지 손에 붙지 않았죠. 선배가 따라주는 술이 썼습니다. 금요일 퇴근하면서 월요일 출근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날 아침도 이어폰을 깊숙이 귀에 꽂은 채 버스 창밖을 멍하니 보며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가수의 노래였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정말 느닷없이, 뜬금없이 떠올랐던 목소리만큼은 얼음에 손을 대듯 선연히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한마디는 제 안에서 들려온 것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제게 말을 건넨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정말로 우연처럼, 거짓말 같은 타이밍에 들려온 목소리는 과연 제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뮤지컬 배우 홍지민씨가 미니앨범을 냈습니다. 타이틀곡 ‘싱 유어 송(Sing Your Song)’은 뮤지컬 드림걸즈의 작곡가 헨리 크리거가 홍지민씨를 위해 쓴 곡입니다.

드림걸즈는 홍지민씨의 대표작이죠. 2009년 드림걸즈 초연에서 에피 화이트 역을 맡았습니다. 지금보다 더욱 싱싱하고 활력이 넘치는 홍지민씨의 목소리를 OST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There’s a voice you will hear
There’s a song in your heart
and it’s singing to you

홍지민씨의 안에는 노래가 한가득 들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음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던 노래들이 정말 우연히, 더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홍지민씨에게 들려왔을 겁니다.

그 누군가의 노래도 아닌, 바로 당신의 노래를 부르라는 ‘싱 유어 송’을 홍지민씨는 담담하지만 진솔한 목소리로 부릅니다. 홍지민씨의 노래는 이 맛이죠. 생얼인듯 생얼이 아닌 듯한 무기교의 기교. 평소보다 더 무덤덤하게 부른 ‘싱 유어 송’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당신의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당신의 꿈에 손이 닿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의 노래입니다. 사는 게 팍팍하신가요. 미운 사람이 있나요. 모든 게 재미없나요.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만의 노래를 찾으세요. 귀를 기울이세요. 그리고 조금씩 멜로디를 따라 불러보세요.

홍지민씨가 “Yes, your moment is now(지금이에요)”라고 노래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15년 전 제가 들었던 목소리. 아마도 그건 노래였나 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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