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든든한 추억의 버팀목… 오상조 사진전 ‘당산나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35년간 촬영한 작품중 22점 선별… 솟대-선돌-서낭당 등도 함께 담아

사진작가 오상조가 2010년 촬영한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의 당산나무.
갤러리나우 제공
사진작가 오상조가 2010년 촬영한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의 당산나무. 갤러리나우 제공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제사를 지내는 나무를 가리키는 ‘당산나무’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고,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어린아이들이 만나 세대를 아우르며 어울렸다.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며 간절한 바람을 묵묵히 들어주는 버팀목 역할도 했다.

당산나무를 35년 동안 촬영해 온 사진작가 오상조(66)의 개인전 ‘자연·인간, 공존의 공간―당산나무’(서울 종로구 ‘갤러리 나우’)는 그간 기록한 당산나무 중 22점을 선별했다. 전북 장수군, 전남 보성군, 영암군, 화순군 등 논밭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시골 작은 집을 움켜쥔 듯한 위용에서는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나무뿐 아니라 솟대, 선돌, 비석 돌탑, 서낭당 등 나무를 신으로 모신 사람들의 흔적도 함께 담았다.

작가는 시트 필름을 사용하는 대형 카메라로 당산나무를 촬영하고, 아날로그 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사진을 인화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체취를 담아 온 당산나무를 기록하기 위한 그 나름의 방식이다. 오 작가는 “민속학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당산나무를 느림의 미학으로 관조하며 촬영하기 위해 대형 목제 카메라와 흑백 필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세월이 지나도 동구 밖에서 당산나무를 보면 나무 주변을 오갔던 추억이 떠오르듯, 사람들을 맞는 나무의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역사와 추억이 담긴 공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진작가 오상조#개인전#당산나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