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분배쇼크 이어 성장률까지 뚝… 커지는 경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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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경제지표 줄줄이 하락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낮은 0.6%에 그치면서 한국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의 미래 먹을거리인 투자와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비 모두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의 경고음과 현장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태연한 모습이다. ‘경제방향에 문제가 없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태세다.

○ 4·5월보다 나빴던 6월…하반기가 더 걱정

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2분기 경제지표는 7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대부분 수치가 악화됐다. 건설투자가 ―1.3%에서 ―2.1%, 수출은 0.8%에서 0.4%, 수입은 ―2.6%에서 ―3.0%로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설비투자 증가율(―5.7%)은 속보치(―6.6%)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암울한 수준이다. 이는 2016년 1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속보치보다 잠정치가 나쁘게 나온 것은 6월의 경제지표가 통상적인 예측 범위보다 나빴다는 의미다.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세 번에 걸쳐 발표한다. 분기 말이나 연말이 지난 뒤 28일 내에 발표하는 속보치는 일종의 가채점표다. 2개월 치의 실적자료와 3개월째의 예측치를 반영해 작성한다. 분기가 끝난 뒤 70일 안에, 연도가 끝난 뒤 90일 안에 발표하는 잠정치는 모든 자료를 가공해 산출한다. 1, 2분기 모두 속보치보다 잠정치가 나쁘게 나타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예상보다 경제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 감소와 소비 둔화는 업종별로도 확연했다. 제조업 증가율이 1분기 1.6%에서 2분기 0.6%로 크게 떨어졌고, 건설업은 2.1%에서 ―3.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건설업 증가율은 2012년 1분기 이래 가장 낮다. 서비스업 증가율도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반 토막이 났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쁜 모습을 보이면서 한은이 10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상반기 2.8%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3, 4분기 0.91∼1.03%씩 성장하면 연간 2.9%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0.9% 성장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연간 2.9% 성장한 2016년에는 한 차례도 분기 성장률이 0.91%를 넘지 못했다.


○ 정부는 ‘마이웨이’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에 이어 경제성장률까지 한국 경제와 관련한 대부분의 지표가 줄줄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청와대, 여당은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모습이다.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6일에는 전 대통령경제수석인 홍장표 위원장이 이끄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는 등 당분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종 지표를 보면 한국 경제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2분기 경제지표#고용#분배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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