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선, 가진 이들이 이웃에 좀 더 베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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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갤러거 세계공동모금회장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왼쪽)과 브라이언 갤러거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 1층 전시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뒤편 벽에는 국내 모금회의 다양한 활동상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왼쪽)과 브라이언 갤러거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 1층 전시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뒤편 벽에는 국내 모금회의 다양한 활동상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나눔이란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가 공존합니다. 중요한 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가진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좀 더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이죠.”(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인간은 뜨거운 마음과 냉철한 두뇌로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자선은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금이 조직화 구조화되면 우리 사회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브라이언 갤러거 세계공동모금회 회장)

갤러거 회장과 예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 1층 전시실에서 가진 대담에서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갤러거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30, 31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예 회장=미국에서 공동모금 제도는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

갤러거 회장=130여 년 전인 19세기 말 산업화가 한창일 때 시골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빈부 갈등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나타났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했다. 종교 지도자와 여러 사회단체 지도자들이 모여 위원회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지금의 세계공동모금회로 이어졌다.

예=기술과 사회 변화에 모금문화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갤러거=정보통신 등 기술의 발전은 글로벌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공동모금 역시 지역사회의 자원을 끌어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사회복지기관을 매개로 모금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세계공동모금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젠다는 무엇인가.

갤러거=질 높은 교육과 소득 안정, 의료 접근성 강화 등 3가지다. 유엔의 지속 가능 발전 목표와도 맥을 같이한다. 유엔과 공동모금회는 협업해 환경과 수질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기도 한다.

예=한국은 과거에 정부 주도로 공동모금을 진행할 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리하게 모금하거나 목적 이외로 기부금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회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모금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1997년 사회복지공동모금법(특별법)을 만들어 이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설립했다.

갤러거=한국은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활동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예=한국의 아너소사이어티는 2007년 개인 기부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됐다. 올해까지 회원 1878명, 기금 총액은 2092억 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개인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다만 고소득층이 중심이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 중산층 등 소액 다수의 기부 문화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개인 기부가 80%가 넘는데 우리는 30% 수준이다. 기부를 일상화하고 사회 환원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갤러거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교포도 8명이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감명받았다”고 하자 예 회장은 “앞으로 뉴욕, 시카고 등 한인 교포를 대상으로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갤러거=한국에서 나눔의 미래에 대한 나눔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예=유치원과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나눔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교육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나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비영리단체들과 공동 연구 등 나눔 확산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

갤러거=이제 공동모금도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계공동모금회는 비영리기관의 기부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세일스포스.org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소기업, 직장인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우리도 세계공동모금회가 시도하는 정보기술과 박애활동을 융합한 사례들을 배우고 싶다. 국내에선 대기업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소기업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전국 16개 시도 지회가 통합해 설립됐다. 모금한 기부금으로 다양한 국제 교류와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공동모금회는 연간 약 5조 원을 모금하는 세계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다. 아동 교육, 청년 고용, 의료 지원, 탈빈곤을 위해 87개 기업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한편 서울시청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진행되는 올해 콘퍼런스의 주제는 ‘나눔의 미래―사회적 가치와 혁신의 융합’. 정부, 기업 관계자와 비영리단체, 국제네트워크 등 10개국 400여 명이 참석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밍 웡 세계공동모금회 아태 부대표, 엘리자베스 넙 포드재단 아태 대표, 메라 하루카 일본 레디포 대표, 엘렐린 친 존슨앤드존슨 글로벌커뮤니티 총괄본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세계공동모금회#아너소사이어티#공동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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