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로 내몰려” 소상공인 1만명 폭우속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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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서 최저임금 불복종 집회

“최저임금 인상 철회하라”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우의를 입은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소상공인 3만 명(소상공인연합회 추산)이 모여 ‘생존권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면서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저임금 인상 철회하라”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우의를 입은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소상공인 3만 명(소상공인연합회 추산)이 모여 ‘생존권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면서 청와대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해 암 치료를 한 노모가 가게 일을 돕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지난해 어깨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지만 아침부터 가게 앞에서 고추 포대를 나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소상공인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호소합니다.”

29일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소상공인들의 총궐기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경기 용인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상우 씨가 비를 맞으며 이처럼 말하자 집회 참가자들이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대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집회 참가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 말이 현실이다. 직원들 내보내고 가족끼리 장사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강모 씨는 “청와대에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가게 문도 안 열고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공인총연합회 등 3개 단체로 이뤄진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주도했다. 60개 업종 단체와 87개 지역단체 등 150여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회 날짜를 29일로 정했다.

미용실, PC방, 편의점 등 60여 개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약 1만 명은 굵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버스를 대절해 전국에서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도 국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최저임금 인상 철회 및 업종별 최저임금 현실화’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한미용사중앙회는 ‘미용실 원장도 월 200만 원을 못 번다. 최저임금 인상 웬 말이냐’는 현수막을 들었다. 한 미용사는 “미용업계는 신참 미용사를 도제식으로 교육한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신참 미용사들이 미용실에서 일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에게 월급을 지급해 보지 않고, 건물과 시설에 투자도 안 해 본 사람들이 소상공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사회가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공통적으로 외쳤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하라고도 요구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도 평범한 국민인데 왜 우리를 버리는 정책을 펴느냐. 정권에 대한 불복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외쳤다. 또 “잘못된 경제 정책에 대해서 고찰하지 않고 과거 정권과 대기업 문제로만 몰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소상공인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차, 3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변종국 bjk@donga.com·황성호·이지훈 기자
#최저임금인상#소상공인#최저임금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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