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꺾인 정보경, 투혼은 꺾이지 않았다… 유도 여자 48kg급 마수걸이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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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日곤도 맞아 연장서 큰 위기, 아픔 참아내고 업어치기 절반승
리우 2위 아쉬움에 노란머리 염색
안바울도 결승서 50초만에 한판승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정보경(27·안산시청)은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였다.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에 대한 각오였다. 누구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은 정보경으로부터 나왔다. 154cm의 작은 키에도 공격적으로 상대를 메친 정보경은 유도 여자 48kg급에서 누구도 기대치 못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스스로는 ‘금빛’이 아닌 ‘은빛’이 아쉬웠다.

안바울(24·남양주시청)에게도 리우 올림픽은 기쁨보다 아쉬움이 큰 대회였다.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파비오 바실레(22·이탈리아)에게 뜻밖의 한판 패를 당했다.

하지만 2년 뒤 정보경과 안바울은 당시 은메달의 아쉬움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깨끗이 씻어냈다. 두 선수 모두 종주국 일본 선수들을 결승에서 꺾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옅은 금발 염색을 한 정보경(세계랭킹 16위)은 29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도 여자 48kg급 결승에서 일본의 곤도 아미(7위)를 연장 승부 끝에 골든 스코어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투혼이 정보경의 메달 색깔을 바꿨다. 정보경은 4분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점수를 얻지 못했다. 유도의 연장전인 골든 스코어에 돌입해서는 오히려 곤도의 팔가로누워꺾기에 걸려 위기를 맞았다. 아픔을 참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연장 1분 22초에 벼락같은 업어치기 공격으로 절반을 얻으며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정보경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 곤도에게 당한 패배를 이번에 되갚았다. 당시 그는 동메달을 땄다.

정보경은 “꺾기에 걸렸을 때 너무 아파 ‘이렇게 지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꾹 참았다”며 “리우 올림픽에서 못 딴 금메달을 꼭 따고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남자 66kg급 결승에서 마루야마 조시로(일본·18위)를 경기 시작 5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긴 안바울(7위·사진)의 금메달에도 아픔이 서려 있다. 안바울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업어치기로 모든 경기를 이겼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날은 오른팔, 왼팔 업어치기를 모두 사용했다는 것.

이전까지 안바울은 왼팔 업어치기를 주무기로 써 왔다. 그러자 모든 선수들이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해답은 오른손 업어치기였다. 엄청난 연습에 수없이 손톱이 깨지고 빠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날 마루야마를 꺾은 기술도 새로 익힌 오른팔 업어치기였다. 그는 “지금까지도 손톱이 많이 빠졌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따려면 수도 없이 더 빠져야 한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52kg급의 박다솔(22·순천시청)과 남자 60kg급의 이하림(21·용인대)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유도 경기 첫날인 이날 출전한 4명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유도#정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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