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유족에 준 봉화 의인 “일이 커졌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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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총난사범 현장제압 박종훈씨, LG의인상 3000만원 전액 기부

엽총 난사 사건 범인을 제압한 박종훈 씨가 29일 상금 3000만 원을 유족에게 전하기로 한 경위를 밝히고 있다. 봉화=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엽총 난사 사건 범인을 제압한 박종훈 씨가 29일 상금 3000만 원을 유족에게 전하기로 한 경위를 밝히고 있다. 봉화=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이 돈은 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상처가 깊은 유족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됐으면 합니다.”

경북 봉화군에서 일어난 엽총 난사사건의 범인을 제압한 공로로 LG복지재단에서 ‘LG의인상’을 받게 된 박종훈 씨(53). 그는 상금 3000만 원을 피해자 유족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오전 봉화군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씨는 아랫입술 한쪽이 까맣게 부르터 있었다. 이번 일로 세간의 관심이 박 씨에게 쏠리면서 며칠간 신경을 많이 쓴 탓이었다. 박 씨는 “상금도 조용히 기탁하려 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본의 아니게 일이 커졌다”고 겸연쩍어 했다.

박 씨는 이번 사고로 숨진 소천면사무소 공무원 2명의 합동분향소와 영결식장도 일부러 찾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아니라 내가 더 관심을 받게 되면서 유족들에게 참 미안했고, 폐가 될까 봐 조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금 기탁은 박 씨의 아내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수상이 결정된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집을 나서면서 ‘그 상금은 우리 게 아니다. 기탁하자. 당신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어요. 사실 상을 받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군청에 상금 기탁 의사를 밝혔죠. 그러고 나니 마음이 참 편안해지더군요. 이런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아내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박 씨는 봉화 토박이로 건축 관련 일을 한다. 그는 21일 소천면사무소에서 경로당 보수 공사 일로 담당 공무원과 얘기를 나누던 중 옆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 당시 공무원 2명이 범인 김모 씨(77)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박 씨는 곧바로 김 씨에게 달려들어 총을 빼앗고 제압했다. 만약 박 씨가 아니었다면 더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면사무소 공무원과 파출소 경찰관의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결심한 김 씨는 사건 한 달 전 엽총을 구입해 집 뒷마당에서 사격 연습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상태였다.

박 씨는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당연히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어머니가 항상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기도해주신 덕에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범인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다음 달 7일 봉화군청에서 LG의인상을 받는다. 상금은 봉화군을 통해 유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공무원 손모 씨(48·5급)의 동생은 “말씀만이라도 참 고마울 따름”이라며 “다른 유족들과 상의해봐야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봉화=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엽총 난사사건#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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