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제승]북한에 대해 의연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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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 관계를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목록 제출과 반출을 협의하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한반도 비핵화를 낙관하기 이르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과 수단이다. 선순환의 묘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평화 의지만으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대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포괄적 접근보다 대화와 설득에만 매달리고 있다. 의연하고 당당한 태도가 아쉽다. 왜 그럴까? 북한을 자극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듯하다. 북한의 선의만을 기대하면서 시종 인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달라져야 한다. ‘대화와 압박’ 또는 ‘설득과 강요’ 전략을 능동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압박’ 또는 ‘강요’의 축은 군사전략의 몫이다. 군사전략은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군사력 운용과 건설에 관한 술이다. 독일 통일을 이룬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헬무트 콜 총리의 성공적 외교전략 뒤에는 비교우위의 군사전략이 있었다. 평화의 외침과 유화적 접근만으로 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명제가 성립된다.

핵시대 군사전략은 전쟁 수행보다 전쟁 억제에 방점이 있다. 미국의 클라우제비츠로 불리는 버나드 브로디와 허먼 칸은 이 기본 개념을 토대로 군사전략을 세웠다. ‘확전우세’를 지켜야 추가 핵사용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적 중심에 대한 보복은 필요조건이다. 재래식 군비는 핵이란 절대무기의 현존에도 여전히 군사전략의 유용한 도구다. ‘군사력 운용’ 측면에서 우리의 군사전략과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본질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적극적 억제전략’과 전면도발에 대한 ‘공세적 방위전략’에 정통해야 한다.

한미는 2013년부터 북핵 위협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전략의 요체는 ‘강압외교’로 외교, 경제, 군사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세등등하던 북한이 ‘강압’에 못 이겨 대화에 나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군사전략적 접근은 분명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촉진 요인이다. 국가의 책임은 순간의 인간적 인상에 현혹되지 않고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 있다. 우리의 국토공간에서 군사력을 연마하면서 강력한 태세의 위용을 유감없이 ‘시위’해야 한다. 남북 협상에서 북한의 선전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교정해야 한다. 평화무드에 주눅 든 군사로는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어렵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북한#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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