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대출 억제, 실수요자·서민 ‘희망’까지 꺾어선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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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다시 대출 고삐를 조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시중은행이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해 시행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10월부터 관리지표로 도입하기로 했다. DSR는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다. DSR가 관리지표가 되면 은행은 금융당국이 정해주는 DSR 기준에 따라 대출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또 다주택자와 고소득층은 일부 전세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전세자금이나 개인사업자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데 쓰면 자금을 회수하거나 만기 연장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목적도 있겠지만 전날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유동 자금이 늘어나면서 주택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월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치인 1116조 원이라는 한국은행 조사 결과를 보면 타당성이 있는 분석이다. 규제의 빈틈을 투기에 이용한다면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이를 근절해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러나 대출규제를 강화하기에 앞서 그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시중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실질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득에 비해 빚이 많은 취약 가구나 당장 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금리가 더 비싼 제2 금융권이나 사설 대부업체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DSR 규제가 주로 20, 30대와 전세, 생애 최초 주택구입 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출을 조인다고 자칫 이들의 내 집 마련 희망까지 조여선 곤란하다.

자녀수 혹은 신혼부부 여부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대출 기준이 현실적인지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와 지원이 효과를 얻으려면 정밀하고 다각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시장과 실수요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부동산 대출#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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