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방치 ‘청계천 유구’, 하수역사체험관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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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하수처리장에 내년 체험관 조성… 조선시대 물관리 역사 교육에 활용
유구 복원전시? 새 시설로 탈바꿈? 9월 입찰공고해 구체 방안 마련

서울시가 ‘청계하수역사체험관’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옛 청계천 하수처리장의 유입펌프장. 중랑물재생센터 1단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곳은 하수과학관 등이 들어섰지만 이곳은 존치가 결정돼 철거되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가 ‘청계하수역사체험관’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옛 청계천 하수처리장의 유입펌프장. 중랑물재생센터 1단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곳은 하수과학관 등이 들어섰지만 이곳은 존치가 결정돼 철거되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옛 청계하수처리장) 인근. 서울하수도과학관 근처 공터에서 만난 서울시 관계자가 회색 철문을 열었다. 검은색 그늘막과 그 아래로 무수히 쌓인 돌이 보였다. 넓이가 20∼30cm에 불과한 작은 것, 길이가 거의 1m 가까운 거대한 것도 있다. ‘기01’ ‘A02’처럼 일련번호가 붙어 있지 않았으면 공사 자재로 착각할 정도였다.

약 3600m² 공간에 놓인 돌은 모두 1407개.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돌무더기 같지만, 알고 보면 2003년 청계천 복원 당시 나온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들이다. 모전교, 수표교, 오간수문이 있던 곳에서 나왔다. 2004년 발굴을 끝낸 뒤 보존 가치가 있다는 판단 아래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이곳으로 옮겼다. 비바람을 맞으며 14년 가까이 이곳에 있었다.

이렇듯 활용이 애매한 청계천 유구를 두고 서울시가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청계하수역사체험관’을 조성하면서 유구 활용 방안 마련에 나선 것.

‘청계하수역사체험관’은 옛 청계천 하수처리장 중 유입 펌프장과 차집관로(하수가 모여 이동하는 관로)에 조성될 예정이다. 펌프장은 지상 1층 346.45m² 크기, 차집관로는 250m 길이다. 지금은 가동되지 않는다. 청계천 하수처리장은 1976년 건설된 국내 첫 하수종말처리시설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지금은 센터와 새활용플라자, 하수도과학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두 시설을 리모델링해 체험시설로 만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하수 처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물 재생의 소중함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청계천 유구는 조선시대 물 관리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영조 때 대규모 청계천 준설 사업을 벌였다. 서울시가 지난달 초 전문가 3명에게 체험관 조성 방안에 대해 자문했을 때도 긍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유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신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계천 유구가 어떤 방식으로 쓰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체험관 앞 공터에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해 전시하는 방법, 재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방법 등이 거론되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유구를 외부에 그대로 노출해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 시설물과 연계되면서도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방안 수립을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약 1억 원을 들여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옛 펌프장 건물의 안전진단과 체험관 구상안에 각각 8200만 원과 2700만 원을 투입하는 안을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켰다. 제안서 평가 때는 10명 이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기관과 교수 등의 조언도 들을 예정이다. 체험관 조성이 본격 추진되는 시기는 내년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40억 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 조성이 확정될 경우 유구 관리에 고심해 왔던 실무자들도 걱정을 덜게 된다. 유구는 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따로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복원에 대비해 일련번호를 달고 3차원(3D) 촬영도 해뒀다. ‘관리 소홀’ 우려가 나올 때마다 표지를 비닐에서 철제로 바꾸고,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관리를 해 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14년 방치#청계천 유구#하수역사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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