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번역은 옮기기 아닌 언어의 옷 입히는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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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씨의 일일/노승영·박산호 지음/332쪽·1만4000원·세종서적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한강이 쓰고, 영국의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The Vegetarian’이다. 실제로 이 둘은 똑같은 상금을 나눠 받았다. 그만큼 번역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동안 걸출한 인문도서를 번역해 온 노승영 번역가와 장르 소설을 한국에 소개해 온 박산호 번역가가 함께 썼다. 번역가의 일상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료 문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 등 번역과 관련된 온갖 주제를 다룬다.

번역은 단순히 외국어를 한국말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노 번역가는 “번역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의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 번역은 내용을 크게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원문에 종속되지 않는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번역 투에 대한 새로운 접근 역시 흥미롭다. “사람들은 번역 투가 우리말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번역을 거쳐 다른 언어와 접촉하며 끊임없이 발전한다”며 충분한 고민을 거친 ‘번역 투’가 오히려 한국어를 확장하는 실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기계 번역의 발전이 번역가를 위협하진 않을까. 저자들은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저렴한 제품이 수공예로 소량 생산되는 고급 제품과 구별되듯, 기계 번역과 인간의 번역이 구별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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