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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누가 고흐를 쐈나”… 법의학이 밝혀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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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누가 고흐를 쐈나”… 법의학이 밝혀낸 진실은?

조종엽기자 입력 2018-08-25 03:00수정 2018-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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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읽는 시간/빈센트 디 마이오·론 프랜셀 지음·윤정숙 옮김/380쪽·1만7000원·소소의책
◇메스를 잡다/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제효영 옮김/488쪽·1만9800원·을유문화사
자신의 귀를 자른 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자화상(왼쪽). ‘진실을 읽는 시간’의 저자는 여러 법의학적 사실로 보아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고 했다. 오른쪽은 ‘메스를 잡다’에 등장하는 프랑스 루이 14세. 그의 치루 수술을 한 의사는 먼저 6개월 동안 일반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수술을 연습했다. 동아일보DB
둘 모두 ‘칼잡이’가 쓴 피비린내 나는 책이다. ‘진실을…’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암살범 오즈월드의 재부검에 참여했던 미국 법의학자가 본 여러 사건의 진실을 다뤘다. ‘메스를…’은 네덜란드 외과 의사가 수술이 발전해 온 역사 속의 여러 흥미로운 장면을 포착했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알려진 대로 스스로 옆구리에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일까? ‘진실을…’ 저자 빈센트 디 마이오는 어느 여름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반 고흐가 사실은 총을 가지고 놀던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총을 맞았다는 주장을 2011년 책으로 펴낸 저자들의 전화다. 논쟁이 심화하자 총상 전문가에게 자문한 것. 기록을 검토한 디 마이오는 “모든 의학적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 고흐는 자신을 쏘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고흐의 총상 부위다. 왼쪽 팔을 내리면 팔꿈치가 닿는 가슴 부위에 총알이 들어갔는데 권총 자살자 중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오른손잡이인 고흐가 그 부위에 총을 쏘는 건 상당히 어색하다. 만약 그랬다면 총구가 피부와 직접 닿거나 5cm 이내여서 피부가 뜨거운 가스와 그을음, 흑색 화약의 부스러기에 의한 화상을 입었어야 하지만 상처 부위 피부 상태에 대한 증언에는 그런 얘기가 없다. 옷에 그을음이 있었다는 증언도 없다. 이는 총이 적어도 50c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사됐다는 뜻이다.

저자는 “반 고흐가 죽고 싶어 했는지, 죽음을 기꺼이 수용했는지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며 “그러나 법의학적 사실은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걸 가리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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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읽는 시간’의 저자 빈센트 디 마이오가 법정에서 배심원단에 설명하는 모습. 소소의책 제공
그는 자신이 맡았던 많은 사건에서 사람들은 법의학적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다고 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이 오즈월드가 아니라 그와 똑같이 생긴 소련 요원 알렉이라는 음모론이 1975년 제기됐을 때도 그랬다. 법정 다툼 끝에 1981년 10월 4일 오즈월드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내 두 번째 부검에 들어간다. 그 결과 치아의 모양도 기록과 일치했고, 저자가 머리를 분리하고 두개골을 조사하자 오즈월드가 어릴 적 유양돌기염 치료를 받았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났다.

‘메스를…’에도 오즈월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암살 용의자인 그가 미국 댈러스의 경찰서 주차장에서 호송차로 이동하다가 잭 루비라는 남자에게 총을 맞고 죽기 직전 수술을 받은 이야기다. 저자는 공개된 수술 기록을 바탕으로 수술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집도의는 오즈월드의 대동맥에 생긴 구멍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막고 클램프(수술 도구의 하나)를 설치하는 등 지혈에 성공했으나 끝내 오즈월드는 사망했다. 저자는 외과 의사들이 최악의 악몽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mors in tabula’(수술 중 사망)라고 했다.

이 밖에도 포경 수술 전문가로부터 치료받은 프랑스의 루이 16세, 특이한 병으로 사망한 교황들, 출산의 고통으로 수술에 마취를 도입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 영국 빅토리아 여왕, 내시경을 사용한 수술의 발전 등 수술 역사에서 중요한 28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외과 의사가 수술 전 손을 씻기 시작한 것이 불과 150년밖에 안 됐지만 오늘날은 수술실을 멸균 환경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규칙이 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진실을 읽는 시간#메스를 잡다#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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