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활비 사수’에 모처럼 손잡은 민주당과 한국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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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수활동비 폐지가 아닌 양성화에 8일 합의했다. 특활비를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첨부해 쓰겠다는 것이다. 이어 국회사무처는 20대 국회의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을 거부하는 항소장을 어제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이미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인해 18, 19대 국회의 특활비 지급명세가 공개된 상황에서 20대 국회 특활비는 공개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다.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 현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질 여론의 질타를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사사건건 서로 발목을 잡던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문제에서만큼은 손을 잡았다. 거대 양당은 특활비 폐지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반발을 무시했다.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을 요하는 활동에 써야 하기 때문에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특활비를 투명하게 쓰겠다는 것 자체가 특활비를 기밀 사항이 아닌 다른 곳에 쓰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회의원은 세비와 보좌진 급여까지 포함하면 의원 1명당 연간 7억 원가량을 쓴다. 입법 활동이나 연구 활동을 위한 특정업무경비 등은 예산에 별도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도 양당이 특활비에 집착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사실상 사적(私的) 경비로 계속 쓰겠다는 뜻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회는 특활비로 2011년 87억 원, 2012년 76억 원, 2013년 77억 원을 집행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황우여 전 의원은 6억2341만 원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은 5억9110만 원을 특활비로 받았다. 20대 국회는 출범과 함께 특권 내려놓기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어떤 특권을 내려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더운데 두 당의 행태가 국민을 더욱 열불 나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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