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보라, 미소 속에 비친 독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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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D-9]태권도 49kg급 金 후보 강보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여자 49kg급에 출전하는 강보라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위협적인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금메달 후보인 강보라는 “태권도가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여자 49kg급에 출전하는 강보라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위협적인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금메달 후보인 강보라는 “태권도가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말 ‘독한 애’가 하나 있어….”

8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종기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깡마르고 눈 큰 어린 선수 하나를 콕 집더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여자 49kg급에 출전하는 대표팀 막내 강보라(18·성주여고 2학년)다. 김 감독은 “아시아경기 3연패에 도전하는 남자 간판 이대훈만큼 확실한 금메달 후보”라고 강보라를 치켜세웠다.

강보라는 올해 태권도계에 신성처럼 등장한 ‘무서운 10대’다.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강보라는 2014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소희(24)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성인대회인 아시아선수권(5월)에서는 16강 길목에서 세계랭킹 1위 파니팍 웡파타나킷(태국)을 꺾더니 여세를 몰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달 열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심재영(23)을 제쳤다. 강보라는 “세계랭킹 1위라 해서 떨렸는데 막상 붙어 보니 생각보다 힘이 안 세서 수월했다. 아시아경기서 다시 만나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실 강보라는 준비된 재목이다. 경북 성주에서 태권도, 택견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강호동 성주중앙초 코치(44)의 영향으로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태권도와 택견을 배운 강보라는 남자 선수 못지않게 양발 양손을 자유롭게 쓸 줄 아는 전천후로 자랐다. 성주중앙초 6학년 당시 남녀 선수 통틀어 태권도로 강보라를 이길 자가 없었다.

어머니 이일문 씨(46), 동생 미르 양(16), 쌍둥이 남동생 대한, 민국 군(이상 12) 등 온 가족이 모두 태권도 유단자. 6식구 단수를 합하면 24단에 이른다. 가족 여행 가서도 형제들 간 태권도 시범 행사를 펼칠 정도다.

“택견은 넘어지거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져요. 경기장도 좁아서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뒤로 물러서도 안돼요. 그 영향이 (태권도) 경기 스타일에도 남아 있는 거 같아요.”

택견으로 단련된 균형감각과 물러섬을 모르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강보라의 강점이다. 근접전에서는 쉴 새 없이 주먹과 발을 내지르며 상대방 중심을 흐트러뜨리고 혼을 쏙 빼놓는다. 지난달 열린 제주 코리아오픈에서도 결승전에서 만난 마리암 말라쿠티카(이란)를 쉴 새 없이 공략해 50-12, 대승을 거뒀다. 강보라는 “결승전에서 힘들어 입술이 새파래질 정도였다”면서도 “태권도가 재미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 안 듣게 하고 싶어 죽기 살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깡’보라다. 근성이 넘친다는 의미다. 매일 대표팀 단체 훈련뿐 아니라 선수촌 입소 전부터 따로 해왔다는 쪼그려 뛰기(점프 스쾃)도 일주일에 2∼3번 10세트씩 총 400개 가까이 한다. 그 덕분에 쉴 새 없이 뛰며 발차기를 해도 좀처럼 지칠 줄 모른다. 야간에는 이대훈과 실전 스파링 훈련을 하며 좀 더 강하고 신장이 큰 선수를 상대하는 법을 익힌다. 하루 훈련 시간만 직장인의 평균 일과 시간(8시간)에 이른다. 강보라는 “오늘 하루도 실력이 쑥쑥 느는 느낌이 든다. 남자 선수들만큼 강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강보라의 목표도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다. 첫 아시아경기 출전이지만 얼굴에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전에 ‘긴장한테 지지 말자. 안 그러면 몸이 말을 안 듣잖아’라며 저만의 주문을 외워요.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긴장도 잘 안돼요. 이번에도 ‘죽기 살기로’ 해보겠습니다.(웃음)”

진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태권도#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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