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서 시원하다, 어벤저스급 인디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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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4인조 밴드 ‘에이치얼랏’, 1집 ‘H a lot’ 9월 기념공연

7일 오전 만난 록밴드 ‘에이치얼랏’ 멤버들. 왼쪽부터 류정헌(기타)과 최재혁(드럼), 조규현(보컬, 기타), 한진영(베이스기타). 에이치얼랏 제공
7일 오전 만난 록밴드 ‘에이치얼랏’ 멤버들. 왼쪽부터 류정헌(기타)과 최재혁(드럼), 조규현(보컬, 기타), 한진영(베이스기타). 에이치얼랏 제공

끓는 국물을 들이켜며 “시원하다!” 했던 아버지의 패러독스를 기억한다.

용암 같은 록 사운드를 끼얹으며 얼음 샤워 하는 느낌. 신생 4인조 밴드 ‘에이치얼랏’의 1집 ‘H a lot’의 첫인상이다. ‘H가 많다’는 팀명은 뜨거움(Hot)이 넘친다는 뜻일까.

“실은 저희 이름에 전부 H가 들어가서요.”(최재혁·드럼)

신생이라지만 어벤저스급. H들의 면면은 곧 한국 인디 음악계의 ‘VIP’다. 최재혁(델리스파이스, 잠비나이), 한진영(마이 앤트 메리, 옐로우 몬스터즈), 류정헌(코어매거진), 조규현(리플렉스·이상 출신 밴드).

지난해 가을, 1987년생 조규현(보컬, 기타)에겐 띠동갑 형뻘인 최재혁이 합류를 제안한 첫 순간이 생생하다.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전화를 고쳐 받았어요. 멀리서 존경만 하던 대선배니까.”(조규현)

“형님들한테 쫄면 안 되겠다”는 각오로 합류한 조규현은 그러나 “전에 속한 팀들이 대통령제였다면 에이치얼랏은 의원내각제더라”고 했다. 이렇게 민주적인 팀은 처음이라고. “다른 멤버가 만든 멜로디나 코드 진행 뼈대를 규현이한테 맡기면 기가 막히게 완성해 내니까요.”(한진영·베이스기타) “처음 만날 땐 제각각이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내 둔각에서 예각으로 좁혀졌죠.”(조규현)

타이틀곡 ‘If You Ask Me’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 이전, 예선전 3패까지 예상되던 한국 팀에 헌정한 곡이다. ‘If you ask me/난 아무 말도 못할 거야/하지만 난 부끄럽지 않아’ 하는 가사. 이를 열창하는 조규현의 예리한 보컬 뒤로 성난 파도 같은 록 사운드가 휘몰아친다.

4명의 H가 스타디움에 들어서고 있다. 펑크 록의 에너지와 모던 록의 감성 사이에서 금빛 비율을 찾아낸 이들이.

9월 1일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2만∼2만5000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인디밴드#에이치얼랏#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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