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표팀 “북한과 겨루게 된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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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A 반대로 단일팀 구성 무산… “짧은 이별, 곧 다시 하나됩니다”

7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뒤 장우진(왼쪽)과 차효심이 기념으로 셀카를 찍었다. 장우진 제공
7월 코리아오픈 국제탁구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뒤 장우진(왼쪽)과 차효심이 기념으로 셀카를 찍었다. 장우진 제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나서는 탁구 대표팀의 마음은 묘하다. 불과 한 달 만에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7월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과 북한의 차효심은 혼합복식에서 깜짝 우승을 일궜다.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여자단체전 우승 이후 27년 만에 단일팀이 합작한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27년 전 지바에서 북한 김국철과 단일팀을 경험했던 김택수 현 대표팀 감독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감독님이 효심 누나한테 제가 후배니까 못하면 때려도 된다고 하셨는데 누나가 ‘남자를 어떻게 때려요’라고 했어요. 감독님이 ‘그래도 우진이 착하다’ 그러니까 누나가 ‘그렇게 착하게 생긴 것 같지는 않다’고 해서 엄청 웃었어요.”

‘누나’라며 먼저 다가간 장우진과 달리 차효심은 장우진에게 별다른 호칭을 붙이지 않고 존대를 계속했지만 결국 대회 마지막 날 차효심의 입에서도 ‘동생’이라는 말이 나왔다.

서효원(31·렛츠런파크)도 코리아오픈에서 북한 김송이와 두 달 만에 재회했다. 둘은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이뤄 복식 3위에 올랐었다. 두 선수 모두 ‘수비형’ 스타일로 호흡이 잘 맞아 서효원-김송이 조는 코리아오픈에서도 세계랭킹 1, 2위로 구성된 중국에 16강에서 아쉽게 역전패할 정도로 활약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장애가 됐던 ‘탁구 용어 문제’는 나중에는 의외의 이점을 주기도 했다. 라켓, 서브 같은 기본 용어도 북한은 판때기, 차넣기 같은 순수 우리말을 써 처음엔 소통에 애를 먹었지만 북한의 순우리말 용어는 국제대회에서 상대팀의 엿듣기를 원천봉쇄했다. ‘크로스로 쳐!’ 하면 상대 벤치가 알아들을 수 있지만 ‘대각선으로 쳐!’ 하면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 탁구단일팀은 향후 대회에서도 국제탁구연맹(ITTF) 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제대회에 함께 출전한다. 하지만 이번 자카르타-팔렘방에서는 잠시 이별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단일팀을 위한 엔트리 증원에 반대하면서 아시아경기 단일팀 계획은 무산됐다.

서효원은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하니까. 배운다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장우진 역시 “경기할 땐 냉정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 선수들을 다시 만나면 ‘셀카(셀프 카메라)’를 더 많이 찍을 생각이다. 이번 코리아오픈 때는 일정이 촉박해 우승 후 찍은 셀카 한 장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도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셨고 저도 찍고 싶은데 시간이 없더라고요. 아시아경기에서 만나면 또 남겨야죠”라며 웃었다.
 
진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탁구 대표팀#남북 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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