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59〉지적 대신 아이와 ‘한 팀’이 돼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나쁜 습관이 있는 아이에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일곱 살 된 아이가 심하게 손가락을 빨아서 손가락이 갈라지고 피가 날 정도다. 이럴 때 대부분의 부모는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너, 손가락 빨지 말라고 했지! 이것 좀 봐라. 손톱이 빠지려고 하잖니. 너 이제 큰일 났다! 친구들이 너랑 놀아주지도 않을 거야. 다시 한번만 하면 그땐 정말 맞을 줄 알아!” 문제를 지적하고 협박하고 일방적인 훈계를 한다. 또는 손가락 빨기가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잘 알아들었지? 자, 그럼 다시는 빨지 마라!”라고 한 후에 다시 손가락 빠는 것을 보게 되면 “너, 지난번에 엄마가 한 말,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 절대로 빨지 말라고 했잖아?”라며 화를 내고 혼을 낸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이렇게 다루는 것은 문제 행동을 가운데에 두고 아이와 맞서는 것이다. 아이와 정면으로 맞서서 문제를 지적하고, 심지어 비난하기도 하며,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고, 때로는 지시를 하고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대결구도가 되면, 아이는 설사 그 대상이 부모라 하더라도 누군가와 맞서 있는 상황이라 지고 싶지 않아진다. 지게 될까봐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다. 그래서 순순히 부모의 말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아이와 맞서서는 고치기 힘들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협조하는 관계, 한 팀이 되어야 아주 조금은 수월하게 고칠 수 있다.

아이와 한 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쳐야 할 문제 행동이 있을 때 이렇게 해보자. 첫째,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준다. “은수야, 지금 손가락도 갈라지고 피도 나는구나. 많이 아프겠네. 분명 너도 그러고 싶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네 마음대로 잘 안 되지? 어쩔 때는 아프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할 거야.”

둘째,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다.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는 문제다. 계속하면 안 되겠네. 그건 너도 알지?”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정하고 동의한다.

셋째,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 과정의 주인공이 되게 한다. “자, 이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문제인데, 너는 어떻게 해 볼래? 네 의견을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엄마가 도와줄게.” 이렇게 하면 아이는 문제 행동을 해결하는 과정의 중심에 서게 되고 부모는 돕는 형태가 된다. 아이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위협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아이는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뿌듯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진다. 부모와 아이가 문제 행동을 고쳐 나가는 데 한 팀이 되면, 비록 단번에 완벽하게 손가락 빨기를 중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부모와 힘을 합해서 같이 해결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함께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믿어주고 한 인격체로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기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책임감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고, 또 부모의 도움이나 조언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부모가 돕고 아이가 적극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해도 한번 습관이 된 행동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아이도 부모 못지않게 실망한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에게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듯 사람마다 맞는 방법도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해줘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또 다른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서 격려해 주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부모의 인내심이다. 인내하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고, 참고 기다려 주며, 다음 날 또 노력하는 과정을 아이와 같은 편이 되어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어떤 사람에게 뭔가를 강요하거나 강제로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자식이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못하게 한다고 해도 아이의 문제 행동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를 마음 깊이 깨닫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많은 좌절과 실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 교육#나쁜 습관#문제 행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