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보이스피싱’ 4050 家長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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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걱정에 “저금리 갈아타라”, 상반기 피해자 중 37% 차지

수도권 자영업자 A 씨(42)는 3월 기존 대출을 금리가 싼 대출로 바꿔주는 이른바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캐피털업체의 메시지를 받았다. 제1금융권에선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기존에 받은 제2금융권 대출의 고금리 부담이 컸던 A 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1500만 원 대출을 의뢰했다. 업체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햇살론을 이용해 금리를 6.9%로 맞춰주겠다”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A 씨의 기존 대출 중 1000만 원을 우선 갚아서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거였다. A 씨는 지인에게 급히 돈을 빌려 업체가 알려준 계좌로 1000만 원을 보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최근 대출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40, 50대 가장(家長)의 심리를 악용한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1∼6월) 보이스피싱 범죄 1만6338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80.5%인 1만3159건이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사기였다고 밝혔다.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8069건)보다 63.1% 늘었고, 피해액은 1148억여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29억여 원)보다 83% 증가했다. 대출 사기 피해자의 37.4%가 40, 50대 남성들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먼저 기존 대출 규모와 금리를 물어본 뒤 그보다 1∼2%포인트 낮은 이자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이를 위해선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정한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수법을 가장 많이 쓴다고 한다. 사기범들은 정식 대출처럼 인지료와 수수료 명목으로 20만∼30만 원을 요구해 신뢰도를 높인다.

대출 가능액을 조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며 인터넷주소(URL)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를 클릭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돼 실제 은행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사기범 일당에게 연결되는 첨단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요즘에는 조선족 대신 한국인을 고용해 금융기관을 사칭한다”며 “보이스피싱에 속아서 돈을 보냈다면 즉각 112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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