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석탄 논란, 어정쩡한 정부 대처는 국제사회 오해만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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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진룽’호가 4일 러시아에서 선적한 석탄을 싣고 또다시 포항에 정박했다가 어제 오후 출항했다. 이 배는 통관 서류에 러시아산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문제없이 입출항이 통과됐다고 한다. 진룽호는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3척 가운데 하나다.

그러지 않아도 이들 선박이 북한산 석탄 수입이 전면 금지된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52차례 국내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나 한국이 제재 위반의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당국이 이번에도 진룽호를 자유롭게 출항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세관당국은 수입신고서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지난해 10월 신고서도 외관상 문제가 없었긴 마찬가지다.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었다면 최소한 출항을 보류시키고 항해·선적기록 등을 면밀히 조사했어야 한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논란은 자칫하면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북한 비핵화 전선의 한미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언론, 사회단체들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 이상으로 한국 정부나 기업의 잘못을 확대하는 쪽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상황을 가장 악화시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정부마저 은폐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석탄 밀반입 행위가 실수나 속은 것이 아니라 당국의 묵인이나 방관하에 이뤄졌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기업들의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대응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열 달째 ‘조사 중’이라는 설명으로는 더 이상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없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문제의 석탄 반입 과정에 관여했던 업체들은 관세청의 전화는 받았지만 소환이나 강제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북한산 석탄 9700t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지난해 10월 반입된 직후 ‘북한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한국에 전달했다. 미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와 언론들도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인 한국의 제재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시간을 끌다가 어정쩡한 해명으로 덮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총력을 기울여 빠른 시일 내에 진상 파악을 해 만약 우리 기업에 잘못이 있는 걸로 드러나면 우리가 먼저 엄중히 책임을 묻고 국제사회에는 이해를 구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엄정해야 한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진룽호#한미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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