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홀 “아빠, 나흘간 양말 갈아 신지 말아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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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조지아 홀, 첫날 67타에 “좋은 기운 유지” 부탁
미장공으로 뒷바라지한 부친 웨인, 캐디까지 맡으며 데뷔 첫 승 도와

조지아 홀(오른쪽)이 6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웨인과 포옹하고 있다. 골프채널 홈페이지
조지아 홀(오른쪽)이 6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웨인과 포옹하고 있다. 골프채널 홈페이지
아버지는 나흘째 양말을 갈아 신지 않았다. 그래야 딸의 행운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어느덧 양말에선 악취가 풍기게 됐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기쁨의 순간을 함께 맞은 부녀의 얼굴에는 달콤한 승리의 향기만이 퍼졌다.

6일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주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 링크스(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올해 LPGA투어에 뛰어든 조지아 홀(22·잉글랜드)은 자신의 이름까지 연호해 가며 열띤 응원을 보낸 홈팬 앞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선두로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의 후원을 받고 있는 폰아농 펫람(태국)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잉글랜드 선수로는 2004년 캐런 스터플스 이후 14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오른 홀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타이틀을 메이저 무대에서 장식했다.

이번 대회에서 홀은 평소 자신의 캐디를 맡았던 남자 친구를 대신해 아버지 웨인과 호흡을 맞췄다. 한때 핸디캡 2의 골프 실력을 지닌 고수였던 아버지는 잉글랜드의 골프 전설 닉 팔도가 우승한 1996년 마스터스 기간인 4월 12일에 태어난 딸의 이름을 이 대회가 열리는 미국 주명인 ‘조지아’라고 지었다. 당시 팔도는 6타 차 열세를 딛고 극적인 역전우승을 기록했다

7세 때 딸에게 골프를 처음 가르친 것도 아버지였다. 미장공으로 일하며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골프 클럽을 팔아가며 딸의 출전 경비를 대기도 했다. 어머니는 미용사로 일했다. 힘겨워도 언젠가 웃을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들 부녀는 우승 상금으로 49만 달러(약 5억5000만 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67타의 뛰어난 스코어를 기록한 딸이 좋은 흐름을 지키고 싶다며 양말을 바꿔 신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아버지는 4라운드 내내 같은 양말을 신었다. 홀이 유일하게 나흘 연속 60대 스코어를 적은 것을 보면 그 효과는 확실히 있었던 셈이다.

홀은 1996년 같은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톰 리먼에게 받은 조언으로 3번 아이언을 적절히 활용해 벙커를 피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프로암대회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리먼으로부터 ‘페어웨이에 집중하라’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유소연은 3번홀에서 티샷을 왼쪽 깊은 벙커에 빠뜨리면서 트리플 보기를 해 3위(13언더파)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브리티시여자오픈#조지아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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