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지현]세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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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윤지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예산이 매년 편성되는 것에 맞추어 세법도 개정된다. 그중 이른바 보유세 부담의 증가, 법인세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의 신설 같은 문제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 중에서도 작아 보이지만 의미가 큰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세법은 기본적으로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내야 할 의무를 지우는 법이다. 이 의무에 위반하여 세금을 안 내고 있거나 늦게 내면 세금에 대한 이자 상당의 이익을 얻게 되므로, 세법은 그러한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납세고지서를 보내는 날까지는 ‘가산세’, 고지서에 적힌 납부기한의 다음 날부터는 ‘가산금’이라는 이름으로 연체료에 유사한 부담을 지운다. 하지만 가산세와 가산금의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연 10.95%(가산세)나 14.4%(가산금)라는 산정 비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 마당이니, 간단하게는 둘을 하나로 묶고 이왕이면 더 낮은 쪽인 연 10.95%에 맞추는 것이 어떨까. 때마침 최근 공개된 정부의 세법 개정안도 이런 내용이다.

주식 차명거래에 관심이 많지만, 차명거래를 하면 마치 증여가 있었던 것처럼 증여세를 물린다는 법 조항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차명거래와 증여가 다름을 알면서도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차명거래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제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 이례적인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된 것이지만, 적어도 명의 대여자에게 거액의 세금을 물리는 결과는 정당화되기 힘들다. 각자의 책임 정도에 좀 더 잘 들어맞도록 하는 입법의 개선도 분명 필요할 터인데, 다행히 이번 정부안은 그러한 내용을 담았다.

사업을 양도한 사람의 납세의무를 양수인이 대신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제2차 납세의무라고 부르는 제도이다. 하지만 사업을 넘겨받은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종종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곤 한다. 물론 세금 납부를 피하려는 시도에는 대비해야 하지만 그러한 의심이 특히 짙은 예외적 경우를 가려내어 그때에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도록 하는 입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역시 최근 정부 발표에 들어 있다.

7월이 다 가면서 세법 개정에 관한 정부안이 나왔고, 이제 가을 정기국회의 심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잘 알려지고 떠들썩하게 논쟁의 대상이 되는 쟁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일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 밖에 세제 전반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문제들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찾아내어 차근차근 바꾸어 가는 2018년의 세법 개정이 되기를 바란다.
 
윤지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세법 개정안#세법 개정#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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