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무역전쟁 십자포화 헤쳐 나가려 안간힘 쓰는 한국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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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한복판에 끼여 그 피해들이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가 무역전쟁의 십자포화(Trade Crossfire) 속에서 길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올린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로 인해 고래싸움에 낀 새우처럼 양쪽 모두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미국 내 태양광 시장 1위인 한화큐셀은 올 2월 관세 압박에 못 이겨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계 태양광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자금 조달 창구로서 의미가 없어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다고 3일 공시했다.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미중 맞불 관세가 본격화하면 중국 제품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4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보호주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현지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2800만 달러 규모로 미국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고 최근 채용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가전 공장을 건립한 것을 비롯해 미국에 총 10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중국에서도 시안의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산 반도체가 장착된 중국 스마트폰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게 WSJ의 진단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현지 투자를 늘리면 그 파급효과가 해당 기업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 충격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돌아와야 할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해 가진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新)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데는 각국의 보호주의 못지않게 국내의 규제 장벽 탓이 크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 흐름을 타고 호황을 맞고 있는 선진국들, 이에 반해 갈수록 가라앉는 우리 경제 상황을 대조하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문 대통령은 어제 회의에서 이제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미중 무역전쟁#십자포화#삼성전자#한화큐셀#보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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