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비열한 일본군 연기하려 혀 날름거리는 연습… PD가 미안하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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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서 열연 이정현

유도 선수를 꿈꿨던 이정현은 학창 시절 큰 부상을 입어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연기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고 정말 잘하고 싶다”며 “액션 촬영을 할 때 운동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유도 선수를 꿈꿨던 이정현은 학창 시절 큰 부상을 입어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연기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고 정말 잘하고 싶다”며 “액션 촬영을 할 때 운동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본방은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제 연기에 대한) 욕이 없으면 안도하면서 재방을 봤어요. 생각보다 (제 연기가) 괜찮던데요?”

빡빡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묻어나는 배우 이정현(28)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일 만났다. 그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 하사를 연기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악랄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짜 일본인인 줄” “소름 끼친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주연급”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이제 츠다 하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7화에서 고종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조용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츠다 하사를 ‘악의 화신’으로 느끼셨다면 만족합니다.”

츠다 하사의 광기를 그려내기 위해 싸늘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혀를 날름거리는 연습까지 했다. 한창 촬영이 진행되던 올해 5월 충남 논산시에 세트장이 완공되고 고사를 지낼 때 이응복 PD는 그에게 “너무 악랄한 캐릭터를 맡겨 미안하다”며 웃었다.

그에게 ‘일본인 역할’은 낯설지 않다. 영화 ‘박열’에서 자경단 일원으로,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출연해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들어가 2011년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김은숙 작가, 이응복 PD가 그를 ‘미스터 션샤인’에 오디션 없이 캐스팅했다.

“(김은숙 작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대본을 보면 배우가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지난달 촬영을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지금도 대본을 받아본다고 했다. 촬영 중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츠다 하사가 유진(이병헌 역)과 총구를 겨누는 장면에서 방아쇠를 당겼는데 격발이 된 것. 대본대로라면 츠다 하사가 조선인에게 총을 난사한 후여서 빈총이어야 했다. 총을 쏘면 큰 소리와 함께 센 바람이 나가는데, 이게 이병헌의 뺨을 강타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정말 떨렸어요. 이병헌 씨도 다치지 않았고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을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그는 더 다채로운 모습의 ‘신 스틸러’를 꿈꾼다. 롤 모델도 단역부터 다양한 역할로 커리어를 다져온 배우 이범수다. 사실 이정현은 ‘갸스비’ ‘요기요’ CF에서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선보인 바 있다.

“청춘물, 코믹 연기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머리도 기르고 있다니까요.”(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정현#미스터 선샤인#신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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