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받고도 불났다… 마크 보면 흠칫 ‘BMW 포비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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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없음’ 사흘뒤 주행중 화재, “서비스센터 믿을수 있나” 불안감
정부, 교통안전公서 직접 점검 검토… 민관 합동 원인조사 이번주 시작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옥암동에서 주행 중이던 김모 씨의 BMW 520d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진화하고 있다. 전남 목포소방서 제공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옥암동에서 주행 중이던 김모 씨의 BMW 520d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진화하고 있다. 전남 목포소방서 제공
BMW코리아가 긴급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이상 없음’으로 판정된 차량에서도 주행 중 불이 났다. BMW는 정비 직원의 실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회사의 원인 진단이 애초에 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그간 BMW에 사태 수습을 맡겨 온 정부는 부랴부랴 수습 방안을 찾고 있다.

전남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15분 목포시 옥암동 왕복 4차로 도로를 주행하던 2014년식 520d 엔진룸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출동했다.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김모 씨(54)와 아내는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불은 차량을 태우고 20여 분 만에 꺼졌다. 김 씨는 “주행 중 기어가 빠지고 가속페달이 작동하지 않더니 엔진룸에서 불길이 일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고가 나기 불과 3일 전인 1일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았다. 이 센터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운행을 해도 된다’고 판정을 내렸다. 김 씨는 그 말을 믿고 차를 운행하다 변을 당했다.

BMW코리아는 서비스센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비직원이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파이프 침전물 정도를 내시경으로 확인하고 위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오판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원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BMW 차주들은 “센터의 안전진단도, 리콜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4일까지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은 약 2만6000대로 재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다음 날인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기술자 등을 목포에 황급히 파견해 화재 차량 잔해를 점검했다. BMW의 해명대로 안전진단이 부실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 점검으로 밝혀져도 해당 정비센터에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향후 화재 원인 조사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점검이 드러나도 피해 차주는 대응 방법이 민사소송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BMW에 전적으로 안전진단을 맡길 수 없다고 보고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점검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진단에 필요한 장비, 진단 비용 부담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는 빠르면 이번 주 시작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가 제출한 기술 분석 자료가 10장 정도에 불과하다. 필요할 경우 수십 번이라도 추가 자료를 요청해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강성휘 / 목포=이형주 기자

#안전점검#화재#원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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