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중 하늘에서 폭발물 ‘꽝’… 마두로 “나를 죽이려는 시도 자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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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군 창설 행사장 드론폭탄 파문
대통령 급히 대피… 군인 7명 부상
“콜롬비아-美서 활동 단체와 연계, 극우집단이 주범… 용의자들 체포”
BBC “정체불명 단체가 배후 자처”, 전문가 “반대세력 탄압 거세질듯”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56)이 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야외 연설을 하던 중 드론을 이용한 암살 위협을 받고 대피했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 연설이 진행되던 중에 행사장 인근 상공에서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 유사 장비 여러 대가 폭발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정보장관은 “대통령이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군인 7명이 다쳤다. 이번 드론 폭발은 대통령의 암살을 노린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TV 화면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연설 중 굉음이 들리면서 카메라가 흔들리고 대통령 부부와 연단 주변의 관료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위로 젖혀 하늘을 살피는 장면이 중계됐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연설은 중단됐고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도열했던 군인들이 대오를 벗어나 무언가를 피하는 모습도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암살 기도 공격 후 대국민 방송 연설을 통해 “나를 죽이려는 시도가 자행됐다. 누군가가 오늘 드론을 이용해 폭발물로 나를 암살하려 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연관된 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미국 마이애미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세력과 연계된 베네수엘라의 극우 집단이 이번 암살 기도 사태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거된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상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어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도 나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미 성향 국가인 콜롬비아는 좌파 정권 베네수엘라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산토스 대통령 측 관계자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부 전복이 아니라 손녀 세례식 때문에 한창 바쁘다”고 반박했다고 스페인 EFE통신이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잔인한 방법으로 암살 기도를 자행하는 테러 집단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비판 메시지를 전했다. 마이애미의 어떤 집단이 이번 드론 암살 기도 공격의 자금을 지원했으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영국 BBC방송은 “스스로를 ‘티셔츠 입은 군인들(Soldiers in T-shirts)’이라고 밝힌 한 정체불명의 단체가 이번 암살 기도의 배후 세력이라고 자처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발물을 실은 드론 2대를 마두로 대통령 쪽으로 날릴 계획이었지만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군인들의 총격으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의 데이비드 스밀드 선임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암살 기도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에 힘을 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마두로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로 어설픈 이번 암살 공격을 조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4번째 재선에 성공한 직후 암으로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았다.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베네수엘라 정국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을 미국 등 외세의 간섭, 국내 기업 등 부유한 기득권층의 이권 다툼 탓으로 돌려 왔다. 그는 2015년 4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뉴욕에 사는 누군가가 나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어떻게 할 테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마두로#드론폭탄#폭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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